아시아의 칼리 피오리나를 꿈꾼다..쌍용차 인수 지휘 '수잔 조 부회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서울 하얏트호텔 VIP라운지.
수잔 조(한국명 조인자·46) 중국 란싱그룹 부회장의 얼굴은 핼쑥했다.
"몸무게가 몇 kg이나 빠진 것 같아요.란싱그룹의 최대 해외투자여서 정신이 없었어요."
조 부회장은 쌍용차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국 최대 화공그룹인 란싱의 해외사업담당 부회장.
중국기업이 한국기업 사냥에 나선데다 한국 여성이 부회장 타이틀을 달고 입찰을 진두지휘한 터라 입찰 초기부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달 15일 방한,한 달이상 서울에 체류하면서 쌍용차 인수 작업에 매달리고 있는 그의 열정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미국 HP의 칼리 피오리나 회장처럼 주목받는 여성기업인을 꿈꾸고 있는 조 부회장은 과연 어떤 인물일까.
"런지엔신 란싱그룹 회장 아래 7명의 부회장이 있지요.저는 해외사업을 맡고 있습니다.2001년 란싱에 합류했는데 중국 국영기업 가운데 외국인 임원 1호랍니다.물론 첫 한국인 임원이기도 하고요."
호기심은 더해갔다.
란싱에 합류한 계기부터가 궁금했다.
"지난 86년 베이징에서 사업을 하면서 중국과 인연을 맺었지요.각종 대외활동을 하다가 런지엔신 란싱그룹 회장의 영입제안을 받게 됐어요.첫 만남에서 회장의 카리스마와 능력을 직감했습니다."
란싱은 해외사업부문을 신설하면서 조 부회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전격 영입했다.
조 부회장은 기대에 걸맞게 한국의 현대모비스 성우하이텍 하우리 등 기업과 란싱의 합작사업을 성사시켜 능력을 인정받았다.
조 부회장보다 한살 아래인 런지엔신 회장은 그를 '누나'로 부를 정도로 신임하고 있다는 것.
조 부회장은 자신의 든든한 자산으로 광범위한 국제인맥을 꼽는다.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이민을 가 고등학교와 대학을 마쳤다.
로스앤젤레스 세인트매리스대학에서의 전공은 인테리어 디자인.
스위스와 이탈리아에서도 디자인 수업을 받았고 호텔경영까지 배웠다.
그는 뛰어난 친화력을 무기로 미국과 유럽의 사교계까지 파고들 수 있었다.
"1984년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세계적 명사들의 만찬에 유일한 동양인 여성으로 초대됐어요.이탈리아 국무총리를 비롯 유럽 정·재계의 지도급 인사들과는 지금까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미국 워싱턴가에서도 정·재계 인물들,할리우드 연예인들과 폭넓은 친분을 맺고 있지요."
여기에 탁월한 사업 능력과 수완이 보태진다.
80년초 한국에 호텔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크래프톤사를 세워 큰 성공을 거뒀다.
당시로선 용어조차 생소한 전문분야였다.
이어 86년 베이징 스위스호텔 인테리어사업의 성공으로 중국에 명함을 내밀게 됐으며 '2008 베이징올림픽' 유치를 적극 후원하면서 명성을 쌓아나갔다.
"모든 게 일에 대한 프로정신 덕분이라고 봅니다.쌍용차 인수를 계기로 한국과 중국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의 당당한 모습에서 다음 행보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글=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