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술이 필요한데도 자연분만을 고집하는 임산부의 뜻을 꺾지 못해 신생아가 사망했을 경우 병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절반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7부(재판장 구욱서 부장판사)는 26일 `뒤늦게 제왕절개를 시도하는 바람에 신생아가 숨졌다'며 이모씨 부부가 H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한 원심을 깨고 "피고는 6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연분만에서 제왕절개로 출산방법을 바꾼 이후에도 태아가 비정상적 심장박동수를 보였지만 의료진이 오진을 했거나 사태의 급박성을 미처인식하지 못한 채 즉각적인 분만을 지체한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씨 역시 다른 병원에서 제왕절개술 준비까지 마쳤음에도 자연분만을 고집, 퇴원한 뒤 H병원에 입원했고, H병원 역시 제왕절개술을 적극 권유했지만 자연분만을 앞세우다 사고가 발생한 측면이 있는 만큼 50%의 과실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36세의 나이로 초산이던 이씨는 예정일보다 빨리 진통이 시작돼 E병원에서 제왕절개술을 받기로 하고 수술실에까지 들어갔으나 자연분만을 고집하는 바람에 퇴원한뒤 H병원으로 옮겼다. 제왕절개를 권유했던 H병원 역시 이씨의 고집을 꺾지 못해 일단 자연분만을 실시키로 했으나 자연분만에 실패, 어렵사리 제왕절개술로 신생아가 태어났지만 무호흡 상태여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음에도 12시간 만에 사망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