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간 한국인의 삶을 좌우할 트렌드는 무엇일까. 트렌드는 일시적인 유행과 달리 사람들의 심리적 동기와 사회적 토양에 기반을 둔 흐름을 말한다. '한국인 트렌드'(김경훈 외 지음, 책바치, 1만8천원)는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비즈니스 동향까지를 담은 20가지 트렌드를 제시한다. 저자는 10년 전에도 같은 제목의 책을 써서 전경련 자유출판기업 출판문화상을 받았던 트렌드 전문가. 그는 서구의 거대담론을 다루는 미래학 관점이 아니라 현재의 한국적 상황에 초점을 맞춘 감식안으로 우리 사회를 전망하고 분석한다. 그가 말하는 한국인의 변화추세는 크게 세갈래. 1부에서는 '우리 사회의 지형도를 바꿀 새로운 흐름들'을 통해 도전적인 미래상 6가지를 살핀다. 그 중 한가지는 생산ㆍ소비의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 능동적으로 소비에 참여하는 '두 손 문화'다. 컴퓨터의 클릭기능이 수동적인 '한 손 문화'라면 상품 구매리뷰 등 자기 의견을 주장하기 위해 키보드를 두들기는 행위는 '두 손 문화'다. DIY(Do It Yourself:네 손으로 해라)산업도 여기에 해당된다. 일본의 경우 국민소득 1만달러를 돌파한 후 25년만에 DIY산업이 3백배나 성장했는데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하나의 트렌드는 굴레없는 관계맺기를 지향하는 '임의 접속의 문화'. 1인당 평균 7개의 인터넷카페 멤버십을 갖고 있는 사회에서 아날로그식 인맥이나 붙박이식 삶은 점점 퇴조하고 있다. 상품 또한 소유보다 활용을 목적으로 한다. 2부에서는 자본주의적 트렌드들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것이 다양한 경험과 여러 분야의 전문적 식견을 갖춘 새로운 인재상 '멀티태스커'. 한우물만 파는 프로페셔널에 이어 프로랜서, e랜서 등이 각광받았지만 앞으로는 한 분야의 전문가이자 다른 여러 분야에서 준전문가의 재능과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영원한 젊음을 꿈꾸는 '네버랜드 러시'도 눈길을 끈다. 네버랜드는 '피터팬'에 나오는 신비한 섬. 거기서는 아무도 나이를 먹지 않는다. 이 트렌드의 초점은 단순히 오래 사는게 아니라 '오래오래 젊게 살기'다. 이는 OECD 주요국가별 수명 증가 추이에서 한국이 1위인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스포츠ㆍ건강ㆍ미용 산업이 호황을 누릴 것이다. 경쟁과잉 기업들이 택하는 '고객 메모리 마케팅', 시간절약 상품, 24시간 안전ㆍ경비 사업도 전망이 밝다. 3부에서는 '사회 이행기의 혼란 속에서 질서 찾기'. 일생에 걸쳐 단 한번의 1등으로 승자독식의 이익을 꿈꾸는 할리우드식 1등주의, 돌발적인 충동을 참지 못해 나타나는 충동조절 장애 신드롬, 내부자 커뮤니티의 변화를 얘기하는 '체온 커뮤니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책속에 담긴 20가지의 크고 작은 트렌드들은 개인의 삶과 비즈니스 현장, 그리고 사회의 전체적인 그림과 맞닿아 있다. 그 화폭에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완성할지는 독자들의 몫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