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andcom@bebehouse.com > 한해를 마감하는 12월에는 유독 생각나는 사람들이 많다. 바쁜 업무 때문에 평소에 만나지 못하던 사람들의 소식이 새삼 궁금해지는 때다. 그래서 12월엔 달력 여기저기에 적혀 있는 송년 모임 가운데서도 오래된 모임이나 친지들과의 만남에 특히 눈길이 간다. 올해도 이런 송년모임이 몇 건 있었다. 10여년 동안 이맘 때면 소식이 궁금해서 만나는 모임도 있고, '글쓰는 일'을 함께 하던 선후배들이 지금은 서로 다른 일을 하면서도 반갑게 다시 모이는 송년회도 있다. 오랜만에 만나다 보니 놀랄 만한 소식을 듣는 일도 많다. 미혼이었던 후배가 결혼해 엄마가 돼 있는가 하면, 지난해 모임 이후 명함이 3개나 바뀔 만큼 변화무쌍한 생활을 한 사람도 있다. 어쨌든 송년모임에 나와서 소식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괜찮다. 올 한햇동안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던 사람들은 대개 송년모임을 외면하고 잘 참석하지 않는다. 특히 올해엔 경기가 좋지 않아서인지 보고 싶던 얼굴들이 송년모임에 빠진 경우가 많았다. 보고 싶은 얼굴을 만나지 못하면 평소에 좀더 챙겨주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며칠 전 올 한햇동안 사용했던 다이어리를 정리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다. 일에 쫓기다 보니 챙겨보아야 할 사람들에게 나눠준 시간이 참 적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나 딸, 부모님 등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따로 마련해둔 시간도 적었다. 늘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회사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도 부족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많아지는 위치로 옮겨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20대까지만 하더라도 무엇이든 물어보고 배우고 그러면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마흔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내게 무언가를 묻고 배우고 얻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좀더 많아지는 것 같다. 새해에는 보고 싶은 얼굴들을 평소에 챙겨볼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 그런 작은 여유가 우리 사회를 좀더 따뜻하고 살만한 곳으로 바꿔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