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도산한 대부분 기업들에서 회계부정이 드러나 국제적 망신거리가 돼 왔다. 최근에는 SK글로벌에서 오랜 기간에 걸친 수 조원대의 회계부정이 드러나 우리나라 회계투명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더욱 심화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회계투명성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회계연구원을 설립해 회계기준을 선진화하는 한편, 국제회계기준을 대폭 수용하고 회계감사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국제회계기준은 미국과 유럽연합에 속한 나라들이 주도하는 것으로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의 입장에서도 실정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회계연구원 및 금융감독원이 주도하는 회계기준 제정기구와 백화점업계 및 한국공인회계사회로 대변되는 회계규제 대상기관 간에 벌어지고 있는 백화점 '특정매입매출'에 대한 수익인식기준의 입장차이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백화점업계의 오랜 관행인 특정매입매출은 납품업체가 백화점의 매장을 배정받고 자사의 판촉요원을 일부 동원해 백화점과 공동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서 백화점은 매출 즉시 대금을 납품업체에 지급하고, 판매되지 않은 재고품은 반품하는 방식이다. 백화점업계에서는 그동안 특정매입매출에 대해서 납품업체로부터 매입하는 시점에 총액으로 상품매입의 회계처리를 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 총액으로 매출의 회계처리를 해 왔다. 그런데 회계원칙제정기구의 입장은 재고자산에 대한 위험이 백화점에 귀속되지 않고 납품업체가 계속 부담하기 때문에 위탁판매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백화점은 거래의 주체가 아니라 수탁자의 역할만 하기 때문에 매출과 매입액의 차이인 마진에 해당하는 금액만 매출로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매입매출을 총액으로 인식하든, 마진에 해당하는 순액으로 인식하든 당기순이익의 차이는 없다. 그러나 백화점이 순액을 매출로 인식하게 되면 백화점 마진은 매장 임대료와 같이 취급되고 백화점이 소매업자가 아닌 부동산임대업자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백화점 매출은 국제간 비교에 있어서 우리나라와 같은 특정매입매출 방식을 채택하면서도 매출총액을 전액 계상하는 일본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또한 업계 관행이 다른 미국 유럽의 백화점에 비해 국내 백화점은 영세사업자로 전락하는데, 우리 회계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위치를 제대로 나타낼 수가 없다. 국제적인 기준에서 매출액 순위가 크게 뒤지게 되면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 백화점에서 쇼핑을 주저하게 될 것이고, 외국 유명 브랜드 수입에서도 유리한 구입조건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제조업자가 소매상에 대해 판촉활동을 지원하고 재고품을 반품받는 것은 백화점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일반화된 것이다. 특정매입매출의 반품조건만 가지고 재고자산에 대한 위험전가 여부를 따지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많다. 또한 특정매입매출시 백화점과 납품업체 사이에 반품기한 등을 정하는 추가적 합의가 있다면 일반매출이나 다름없이 보아야 할 것이다. 국제회계기준은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회계투명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가장 쉬운 방법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특수한 영업실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업종의 생존이 불가능한 방향으로 외국관례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만일 백화점을 매장만 임대하는 것으로 본다면 납품업체마다 따로 영수증을 발행해야 하는 부작용도 뒤따른다.현행 관행으로 백화점은 수입금액이 전액 노출되는 가장 투명한 매출처이다. 총액인식은 부가가치세와 백화점 및 납품업체의 법인세 소득세를 전액 징수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납품업체마다 별도로 영수증을 발행하게 한다면 현금매출에 대한 수입금액 누락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없을 것이다. 백화점 특정매입 매장의 매출은 납품업체와 백화점간의 반품조건에 대한 조정만 이뤄진다면 매출을 총액으로 표시해야 할 것이다. < shgcpa@catholic.ac.kr >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