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한은 '쓴소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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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최근 들어 일련의 '쓴소리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번 주초에 발표한 '외국자본의 은행산업 진입영향 및 정책적 시사점'이란 보고서.
국내 은행의 외국인 지배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정부에 은행 민영화 속도조절을 권고하는 분명한 주장을 담았다.
이 보고서가 미친 파장은 컸다.
한은 고위간부조차 "예전 같으면 절대 외부로 나가지 않았을 자료"라고 평가할 정도.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도 "한국의 중앙은행이 '이례적으로' 한국 금융부문에 대한 외국자본의 소유 억제를 촉구했다"며 주목했다.
청와대와 재정경제부도 보고서가 나온 배경 파악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달 중순에 내놓은 잠재성장률 관련 보고서도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정부가 '임기내 7%대 잠재성장률 달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잠재성장률이 이미 4%대로 추락했다는 보고서를, 그것도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한은에서 발표하다니.
최근 나온 한국의 선진국 진입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보고서도 '한은발(發)'이라고 믿기 힘든 자료였다.
일각에선 일련의 '쓴소리 보고서'가 한은이 한국투자공사(KIC) 설립 문제를 놓고 재경부와 대립각을 세운 것과 무관치 않다고 해석하고 있다.
한은은 이에 대해 "연말을 맞아 연초 계획했던 자료들이 한꺼번에 몰렸고 박승 총재가 '정책경쟁력'을 강조해 보고서가 과거보다 다양해졌을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은 조직 속성상 총재의 '윤허' 없이는 결코 나올수 없는 자료라는게 주변의 분석이다.
그렇게만 보기엔 아직 한은의 '용기'에 미진한 구석이 더 많다.
매달 10여건씩 보고서를 생산하면서 고작 1∼2건 정도만 공식발표하는게 현실이다.
한은에 모인 우수한 인재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라일을 걱정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재석 경제부 정책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