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가 내년 2월 열리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주식 32만주(5.70%)를 추가로 매입했다고 26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주주총회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이는 현대그룹 경영권 싸움에서 KCC가 일단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내년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이날까지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


◆KCC, 경영권 확보 자신


KCC가 총 2백24억원을 들여 엘리베이터 주식 5.70%를 추가로 산 것은 최악의 상황에서 표대결을 벌여서라도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KCC가 말하는 최악의 상황이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KCC와 정상영 명예회장이 펀드로 매입한 20.63%에 대해 의결권행사를 금지하거나 처분명령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감독당국이 이 지분에 대해 처분명령을 내리거나 의결권을 묶더라도 KCC측은 범 현대가의 지분을 포함해 총 30.15%의 의결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측의 표면적인 지분은 대주주인 김문희씨(19.43%)와 현대증권(4.98%) 지분을 합쳐 24.41%에 불과하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자사주 1.75%는 우호세력에 넘기지 않은 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외형적인 지분 구조로 보면 KCC가 경영권 다툼에서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정은 회장측, 경영권 방어 자신


지분싸움에서 수세에 몰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측은 그래도 경영권을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범 현대가의 지분 15.29%의 지분중 상당 지분은 중립을 지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가의 일부 기업에서 중립을 지킬 것이란 의사를 표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감독당국이 KCC와 정 명예회장이 뮤추얼펀드와 사모펀드를 통해 매입한 지분 20.63%에 대해 처분명령을 내릴 게 확실한 만큼 소액주주들의 위임장을 동원하면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는 게 현대측 분석이다.


현대측은 소액주주들의 위임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30%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낙관에 따라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 자사주 지분 1.75%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우호 세력에 넘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양측은 범 현대가가 보유중인 지분을 우호주주로 끌어들이기 위한 물밑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가신그룹으로 지적돼온 강명구 현대택배 회장과 김재수 그룹 경영전략팀 사장, 조규욱 현대증권 부회장, 장철순 현대상선 부회장 등 4명을 퇴진시켰다.


지난 18일 함께 사표를 낸 김윤규 현대아산, 최용묵 현대엘리베이터, 김지완 현대증권,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은 재신임했다.


현정은 회장은 이번 인사와 관련, "전문경영인 체제의 책임경영과 소액주주 중시경영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필요하다면 사회적으로 명망있고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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