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절망속 희망 .. 최수부 <광동제약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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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sb@ekdp.com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여느 해보다 심각했던 경제난과 여러 사건으로 이래저래 우울한 세모를 보내고 있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루하루 생계 걱정을 하고 있을지,얼마나 많은 경영자들이 자금 압박에 힘들어하고 있을지 생각하면 기업을 하는 나도 발 뻗고 자기가 쉽지 않다.
지난 40년 동안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으며 직원들 월급 줄 걱정,어음 막을 걱정 등을 하며 살아왔기에 지금의 경제난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하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희망이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 중의 하나는 희망을 생각할 줄 안다는 것이다.
지난 수만년 동안 인류가 겪은 고통과 좌절은 수없이 많았지만,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희망을 가질 줄 아는 지혜에 있다.
언론에선 요즘 연례적인 기사로 '올해의 10대 뉴스'를 발표하고 있다.
개인이나 기업도 올해의 10대 뉴스를 정해 보면 어떨까.
다만 어려웠던 일로만 10가지를 채우지 말고,희망을 생각할 수 있는 일을 하나이상 생각해 보자.돌이켜 보면 지난 한해가 어려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비록 작고 사소한 일일지라도,분명 우리를 웃음짓게 만드는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일들을 10대 뉴스에 넣어보자.그리고 "아,이렇게 좋은 일도 있었지"라고 말해보자.
우리 말에 '기 죽는다'는 말이 있다.
많은 것을 잃어버리더라도 기가 죽어서는 안된다.
기가 죽거나 기가 막히면 사람이 죽고 기업이 죽는다.
반대로 어려움에 처해 있어도 기가 살아있으면 사람도 살고 기업도 산다.
기 죽지 말고 2004년 한 해를 맞는다면 언젠가는 2003년의 어려웠던 기억을 웃으며 얘기할 때가 올 것이다.
내년 이맘 때쯤 이 땅의 모든 가장과 기업인들이 다시 '2004년의 10대 뉴스를 정할 때 그 뉴스들이 '흑자''매출증대''월급인상''승진' 같은 좋은 소식으로 가득차길 바란다.
그 뉴스를 만들고 기다리기 위해서라도 희망만은 버리지 않는 연말을 보내자.
생각을 고쳐 보면 세상에는 희망을 버리거나 기가 죽을 만큼 끔찍한 일도 많지 않다.
지난 두달동안 두서 없는 글을 읽어준 독자들에게 희망 가득한 새해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