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마오쩌둥과 성탄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중국에 마오쩌둥(毛澤東)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6일로 탄신 1백10주년을 맞이한 마오쩌둥의 생애를 다룬 언론 보도가 줄을 잇고 기념우표와 서적이 나오고 전시회까지 열리고 있다.
중국 CCTV는 '우한 시절의 마오쩌둥'이란 드라마 촬영을 시작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마오쩌둥의 검소하고 인간적인 면이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자본주의 병폐인 부패 등을 척결하고 싶어하는 중국 지도부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건 마오쩌둥이 그토록 배격했던 자본주의식 외래문화가 중국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베이징의 전통 중국음식점인 춘이허반점. 식사 도중 산타복장의 종업원이 나타나 캔디와 초콜릿을 한 움큼 주고 간다.
이어 다른 종업원이 서비스라며 포도주와 칠면조 구이까지 준다.
종업원들은 대부분 산타모자를 쓰고 있다.
중국에서 크리스마스는 휴일이 아니지만 곳곳에 성탄절 분위기가 넘쳐났다.
식당가는 물론 백화점도 사람들로 붐비고 주택가에선 산타할아버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베이징의 고급 백화점 옌사의 1층 산타인형 판매코너 직원은 "24일 하루에만 7천위안어치를 팔았다"며 즐거워했다.
7천위안이면 우리 돈 1백만원으로 중국 대졸 초임의 세배에 달하는 매출.
베이징에 사는 10세 소녀 위앤훼이윈은 성탄절 전날 저녁 산타할아버지의 방문을 받았다.
산타 인형과 크리스마스트리를 한아름 들고 온 산타할아버지는 실은 우체국 배달원이다.
베이징 우체국이 일종의 맞춤 배달서비스를 시작하자 위앤의 부모가 아이들을 위해 주문을 한 것.
중국의 성탄절은 종교보다는 상업적인 색채가 짙다.
물론 중국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
엄밀히 따지면 믿는 건 자유지만 포교는 어느 정도 제약을 받는다.
중국 지도부는 성탄절의 들뜬 분위기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최근 몇 년새 성탄절이 중국 경제에 일익을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실제 지난해 12월 중국의 소매매출은 전월대비 18% 신장했다.
마오쩌둥과 성탄절의 공존을 보면서 중국의 고민을 읽게 된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