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를 마감하는 벤처기업인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여느 때보다 힘든 한해를 보냈기 때문인 듯하다. 경기침체에 자금난,휴폐업이 이어졌다. 이같이 우울한 표정은 송년행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최근 열린 '2003 벤처인 송년의 밤'행사장도 다를 바 없었다. 대표적인 벤처기업인 60여명이 모였지만 웃음과 활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영남 여성벤처협회장이 건배를 하며 '파이팅'을 외쳤지만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울 수는 없었다. 유창무 중소기업청장은 "내년은 올해보다 낫지 않겠느냐"며 "희망을 갖고 새해를 준비하자"고 격려의 말을 했지만 맞장구치는 기업인들이 드물었다. 행사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 기업인들은 줄줄이 자리를 떴고 행사장은 곧 썰렁해졌다. 벤처기업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벤처 10대 뉴스' 역시 우울한게 대부분이었다. 벤처기업 경영자와 경영학과 교수 등 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벤처캐피털의 투자감소와 코스닥시장 침체 등으로 기업들이 극심한 자금난을 겪은 것이 첫번째 뉴스로 선정됐다. 또 경영난을 겪는 벤처기업의 원활한 인수합병을 위해 1천억원규모의 M&A(기업인수합병)펀드를 만드는 등 각종 M&A대책이 마련된 것이 두번째 뉴스로 꼽혔다. 합쳐야 겨우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이 냉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력난 심화,프라이머리CBO 만기도래 등이 뒤를 이었다. 벤처기업들의 45% 이상이 해외로 나갈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도 주요 뉴스로 꼽혔다. 공격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한게 아니라,국내에 남아 있어선 해결책이 없으니 부득이 나갈 수밖에 없다는 대답이었다. 그나마 희망적인 뉴스는 일부 닷컴기업들의 약진이 꼽혔다. 디지털콘텐츠 유료화 등으로 안정된 수익모델을 구축한 일부 닷컴기업의 주가가 급등하고 신흥 닷컴부자들 몇명이 탄생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벤처업계의 유행어는 "살아남으면 다행"이었다. 이같은 자조 섞인 유행어가 내년에는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이계주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