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노무현 정부의 경제팀은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박봉흠 정책실장의 '투톱' 체제로 면모를 바꾸게 됐다. 두 사람은 행정고시 13회 동기로 오랫동안 행정부에서 호흡을 맞춰와 대학교수 출신의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 시절보다 핵심 경제정책 현안을 보다 원활하게 조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김 부총리는 옛 재무부 출신으로 주로 세제(稅制)업무를, 박 실장은 옛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예산 업무를 챙겨온 전문 경제관료다. 세제와 예산의 특성상 전체를 조망하고 부처간 업무를 조정하는 역할에서 김 부총리와 박 실장 모두 능력을 검증받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업무조정기능이 경제부문 수석부처인 재정경제부와 청와대 정책실로 분산될 경우 정책혼선을 초래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정책실의 업무만큼은 한결 '힘'을 받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박 실장이 같은 경제기획원 출신인 권오규 정책수석과 라인업을 이뤄 팀워크가 훨씬 탄탄해지지 않겠느냐는 것. 신용불량자 문제와 신용카드 시장 불안, 우리금융지주회사와 한투ㆍ대투 매각, 내수경기 활성화 등 긴급 경제현안들에 대해 보다 현실감각을 갖고 김 부총리의 행정부를 도울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박 실장은 예산처 장관 취임 이후 김 부총리와 수시로 연락하며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했고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실장은 김 부총리가 일부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등 곤경에 처했을 때에는 기자들과 사석에서 만나 "김진표를 흔들면 안된다"고 옹호했고, 김 부총리가 4조원의 추경예산 편성 방침을 밝혔을 때에도 종래의 반대 입장을 꺾고 적극 지원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김 부총리가 내년에 적자재정을 편성해야 한다고 밝히자 예산처 실무자들을 설득해 내년 예산을 1조원 증액하겠다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일부 현안에 대해서는 두 사람 간에 의견 차이도 없지 않았지만,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해 왔다는게 보좌진의 설명이다. 그러나 청와대로 옮긴 박 실장이 정책기획 기능보다 부처간 업무조정 역할에 몰두할 경우 두 사람의 역할이 중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학자 출신인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 내정)과는 달리 박 실장이 경제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부처 업무에 적극 관여할 경우 경제 부처들이 '두 상전'을 모셔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