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지진] (현장 이모저모) 추위.공포로 밤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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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밤시 대지진이 발생한 지 사흘째인 28일 현지는 물과 전기,가스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추위와 어둠 속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거리는 피비린내 나는 시체들과 부상자들의 비명소리로 그야 말로 '아비규환'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또 발굴작업이 진행되면서 피해 상황은 날로 늘어 밤시 인구의 40%인 4만명 이상이 사망했을 것이란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횃불로 어둠을 밝히며 맨손으로 시신 발굴작업에 나섰으며 국제적십자에서 파견된 구조대가 붕괴된 건물 지하에서 부상자들을 찾느라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도 관찰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모하마드 알리 카리미 케르만주(州) 주지사는 27일 국영 TV 연설을 통해 "최소 5천5백여명이 아직도 잔해 속에 묻혀 있다"고 추정했다.
특히 발굴작업이 진행되면서 일부 건물 잔해 속에서는 수백명의 시체가 한꺼번에 발견되는 경우도 있어 사망자가 최소 4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카리미 주지사는 "각국 정부는 인명구조견을 가능한 많이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또 생존자들이 여진을 피해 피해지역을 황급히 탈출하고 있어 밤과 주도인 케르만을 잇는 도로가 피난민을 태운 차량으로 인해 극심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란을 돕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이란을 '악의 축' 국가로 적대시했던 미국도 구호 물품과 자금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은 이란 국민들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15만파운드 분량의 의약품 등 대규모 원조 패키지를 곧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항공자위대가 C-130 수송기를 이용해 텐트 등 구호물자를 수송하고 육상자위대가 의료지원을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적대 관계인 이스라엘도 애도의 뜻을 보내 눈길을 끌었다.
유럽연합(EU)은 사상자 규모가 크게 늘어나자 지원자금을 당초 80만유로에서 3백20만유로로 4배 늘렸으며 러시아 정부도 구호요원 1백여명과 탐사견을 이란에 급파했다.
국제적십자사는 8백만달러의 구호자금과 의약품 텐트 담요 등을 이란에 긴급 제공키로 했다.
○…파루크 호스니 이집트 문화장관은 지진으로 폐허가 된 지역의 유물 복원을 돕기 위해 고고학자와 복원 전문가 등을 급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밤 지역은 고대 페르시아 왕국의 진흙벽돌 성채인 '아르 게 밤(Arg-e-Bam)'과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 시대의 유물 등 시 전지역이 고대유물로 가득 차 있으며 유네스코 제정 세계문화유산 가운데 절반이 이곳에 몰려 있다.
유네스코도 지진 발생 직후 이란 정부에 피해지역 유적조사팀을 파견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