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일반회계 기준)이 당초 정부 요청안(1백17조5천4백억원)보다 8천1백31억원이 늘어난 1백18조3천6백억원으로 잠정 합의됐다. 이같은 예산 규모는 두차례 추경 예산을 포함한 올해 최종 예산(1백18조1천3백억원)보다 0.2%, 새해 정부 예산안보다는 0.7% 증가한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29일 정부가 제출한 예산지출 항목을 일부 조정, 예비비 등에서 1조4천6백45억원을 삭감하는 대신 농어촌 지원사업 등에 필요한 예산을 2조2천6백66억원 증액키로 합의한 수정 예산안을 예결특위 전체회의에 회부했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심의 과정에서 증액된 것은 지난 75년(3백억원 순증) 이후 처음이다. 소위는 다만 이 예산안을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전제로 편성한 것이어서 30일까지 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FTA지원 예산 6천3백여억원을 예비비로 돌리는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날 예결특위 소위를 통과한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확정되면 정부는 예산증액분(8천1백31억원)과 세수감소분(4천3백69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내년 중 1조2천5백억원 규모의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 98년 이후 7년째 적자재정을 지속하게 된다. 한편 예결특위 소위는 지난 28일 밤늦게까지 내년 예산안을 정부안보다 2조5천억원가량 증액한 1백20조원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정부가 "재정 적자폭이 지나치게 늘어난다"며 난색을 표시하자 야당측이 양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예결특위 관계자는 "예산 증액 규모가 하루만에 2조5천억원에서 8천여억원으로 줄어든 것은 공적자금 상환액 1조9천억원을 당초 일반회계에 반영하려다 기금 부담으로 바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결특위가 "공적자금을 2005년부터 일반회계를 통해 상환한다"는 부대의견을 제시한 뒤 정부 의견을 수용함으로써 전체 예산이 1백20조원이 아닌 소폭 증액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는 얘기다. 앞서 이한구 예결특위 한나라당 간사는 "재정은 투명성이 확보돼야 건전성과 효율성이 달성되는데 정부가 예산안이 커져 보인다는 이유 때문에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예산을 편성해 적자규모를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결특위 심의 과정에서 신설 및 증액된 예산은 △국채이자 1천4백75억원 △이라크 추가 파병비 2천억원 △한ㆍ칠레 FTA 대책 등 농어촌 지원 7천5백41억원(FTA 지원 6천3백18억원 포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추가분 3천3백97억원 등이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