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관련법안의 상정여부가 첨예한 이슈가 됐다. 이날 본회의에서 한·칠레 FTA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려는 각 당 지도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농촌 출신 의원들이 물리적 저지도 불사한다며 강하게 반발,상정 자체가 무산된 것이다. ◆본회의 안팎=박관용 국회의장과 4당 총무들은 이날 오전 회동,FTA동의안과 이행특별법을 제외한 농어민 지원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농어촌 출신 의원들의 반대를 감안,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키로 했다. 그러나 농어촌 출신 의원 60여명은 FTA비준동의안의 본회의 상정을 저지하기 위한 모임을 갖고 두 개조로 나눠 박관용 의장실과 본회의장 의장석 주변을 점거하기로 '결의'하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한나라당 정창화 의원(경북 군위·의성)은 "한·칠레 FTA체결이 국가 경제에 이익이 된다는 것을 안다"며 "그러나 농민의 생존권도 보장해놓고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실로 모여든 의원들은 FTA비준동의안과 농어촌 지원관련법 상정을 보류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 의장은 "일단 본회의를 열되 다른 안건부터 처리한 후 FTA비준동의안과 지원법안은 4당 총무들과 다시 한번 논의한 뒤 처리 여부를 결정하자"고 설득,가까스로 본회의 개회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박 의장은 4당 총무들과 회동한 뒤 "무리한 방법으로 하지 않겠다"며 상정 보류를 선언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30일 본회의에서 FTA문제와 내년도 예산안을 동시에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난항이 예상된다. ◆FTA이행특별법 보류=한·칠레FTA 이행특별법의 연내 국회 처리도 물건너갔다. 비준동의안이 관련상임위에서 먼저 처리하면 이행법을 심의하겠다던 국회 농해수위는 비준 동의안이 지난 26일 통일외교통상위에서 통과된 데도 불구,29일 전체회의에서 "농민단체들을 설득해야 한다"며 '선(先)설득,후(後)처리'로 입장을 바꿔 이행법안 상정을 보류한 것이다. 회의에서 의원들은 "FTA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농림부의 '무사안일'을 질타하는 데 바빴다.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은 "장관도 노무현 대통령처럼 FTA에 반대하는 농민단체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토론하고 설득하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면박을 줬다. 민주당 이정일 의원은 "이번에 비준이 안되면 국가가 부도나는가.칠레와 단교해야 되는가"라고 따진 뒤 "미국도 외국과 협정 맺는 데 10년이 걸린다"고 비준 재검토를 주장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