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산업동향] 수출호황-내수불황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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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수출이 내수경기에 '훈풍'을 일으켜줄 것이라는 일부 연구기관들의 전망은 '성급한 기대'로 판명났다.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상당수 연구기관은 최근 경기전망에서 "수출호조 덕분에 내수 소비가 더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11월 산업활동동향은 '수출 호황 속 내수 불황'이라는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극명히 보여줬다.
올해 하반기 들어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데도 내수소비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빠져드는 것은 '정부 정책의 실패'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던 김민경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조차 '신용카드 복권제와 승용차 특소세 한시적 인하' 등의 경기부양책을 내수소비 부진의 원인으로 거론했을 정도다.
◆ 내수불황 당분간 계속될 듯
내수소비 지표인 도소매 판매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경제관료들뿐만 아니라 연구기관 관계자들조차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갈 곳은 내수시장 말고는 어디에 있느냐"며 선순환을 기대했지만 내수 경기가 끝모르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음이 또한번 확인됐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장은 "내수시장 회복과 경기 바닥 통과에 대한 기대는 시기상조였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이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시장을 결정짓는 소비와 투자 고용이 모두 부진한 상태에서 경기가 반등하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도 "수출은 예상보다 좋고 내수는 예상보다 나쁜 상황이 내년 1ㆍ4분기까지 지속될 것 같다"며 "경기는 당분간 혼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 우려되는 성장잠재력 위축
임시투자세액공제 등 정부의 각종 세금우대 정책과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설비투자가 부진한 것은 향후 성장잠재력을 더한층 고갈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1월중 설비투자 추계지수(1995년=100 기준)는 115.3으로 2000년 평균 설비투자 추계지수(123.9)보다 6.9% 줄어든 상태다.
설비투자가 3년 전보다 오히려 적게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돌입하더라도 한국은 생산설비 부족으로 제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사태를 겪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4개월째, 경기선행지수 전월비는 6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간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으로 산출한 경제성장률이 오르더라도 내수불황이 해소되지 않으면 체감경기가 한겨울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