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本立道生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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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은 참으로 아쉬운 한 해였다.
작년 월드컵과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 이뤄낸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사고적 혁명이 금년 내내 우왕좌왕하면서 결실을 못보았다.
그러나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더 이상 머뭇거리고 있을 수 없다.현재 우리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우선 한국 경쟁력의 현주소를 알기 위해 필자가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해서 최근 발표한 IPS 경쟁력 보고서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쟁력은 조사대상 68개국 중에서 25등으로 중상위권 수준이다.
중요한 사실은 앞으로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한국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 올라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현재와 같이 노사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비용 전략을 고집해 저임금의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들과 경쟁하면 최악의 경우 우리의 경쟁력이 43등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저비용 산업은 중국 등으로 이전해 이들 국가들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우리는 고급기술을 기초로 한 고부가가치 산업에 중점을 둔 차별화 전략을 취하면 우리의 경쟁력을 5등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혹자는 너무 낙관적이라고 할 지도 모르나 경제 5등이 월드컵 4등보다 쉬울지 모른다.
현재 각종 경쟁력 보고서에서 상위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핀란드 아일랜드 싱가포르 홍콩 등도 얼마 전까지는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어떤 전략을 취하냐에 따라 경쟁력의 순위가 생각보다 쉽게 뒤바뀔 수 있다.
경쟁력을 구성하고 있는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더욱 구체적인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의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는 첫째 근로자, 둘째 정부부문이다.
작년에 비해 근로자는 32등에서 39등으로, 정부부문은 25등에서 30등으로 떨어졌다.
근로자의 경우 인건비 투입산출지수 노동쟁의 등에서, 정부부문은 공정성 및 효율성, 뇌물 및 부패, 노동정책 등에서 특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
따라서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로자와 정부부문을 개혁해야 하는데, 근로자의 경우 한계가 있다.
우선 현 상황에서 노사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가 쉽지않고, 이를 해결한다고 해도 우리가 앞으로 택해야 할 방향은 저원가 전략이 아니라 차별화 전략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물론 근로자 문제가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져야겠지만 여기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정부부문의 경쟁력을 먼저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정부부문 중에서도 특히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부패이다.
정부부문을 다시 둘로 나누어 정치가의 부패는 48등, 행정관료의 부패는 36등으로 평가했다.
부패야말로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이다.
부패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보통 윤리성이 강조되는데 이와 더불어 투명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요즈음 세계적인 기업들은 자사의 부패관련 사건을 기업연감과 홈페이지에 실어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고 있을 정도로 투명한 정책을 취하고 있다.
부패관련 사건이 있을 때 쉬쉬하면서 적당히 인사조치하는 우리 실정과는 매우 다르다.
부패문제를 해결하면서 투명성이 강조된다면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노사문제도 근본적인 원인이 노사간의 불필요한 오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투명경영을 한다면 문제를 많이 줄일 수 있다.
특히 우리 민족은 사실확인에 소홀하고 추측을 잘해서 추측기사 음모론 등이 난무한다.
별로 투명하지 못한 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금년초 필자는 다산칼럼(2003.1.9)에서 기(奇)가 아닌 정(正)의 전략을 강조한 바 있다.
정(正)의 전략의 기본은 부패척결에서 출발한다.
정부 기업 모두가 부패를 척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절대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원칙을 투명하게 지킨다면 우왕좌왕할 필요가 없다.
얼마 전 교수신문의 설문조사에서 2003년의 한국 사회를 표현하는 사자(四字)성어로 우왕좌왕(右往左往)을 꼽았다.
2004년 새해는 '근본을 세우면 도가 생긴다'는 의미로 본립도생(本立道生)의 마음을 갖고 시작하자.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