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e베이 렌즈로 본 올해 미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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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연말은 어수선하다.
잇단 테러위협과 광우병 파동까지 겹쳐 긴장 속에 한 해를 마감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나홀로 강세지만 미국 국민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최대 경매회사인 e베이를 클릭하다 보면 이같은 분위기와 생활상을 쉽게 파악하게 된다.
소비자들의 심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잘 나타나 한 해 경제동향까지도 재단해 볼 수 있다.
올들어 e베이 렌즈에 자주 비친 물건은 병정 인형이다.
이라크 전쟁 직후 불티나게 팔리면서 작년보다 50% 늘었다.
지금은 붙잡혔지만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등 수배령이 내린 고위 관리 얼굴이 담긴 카드도 인기 품목이었다.
연초만 해도 클릭 건수 기준으로 상위 품목들은 고급 브랜드인 구치,프라다,BMW 등이었다.
후반에 접어들면서 클릭 우선 순위는 BMW에서 포드자동차나 크라이슬러의 대중적인 차종으로 바뀌었다.
이라크 전후 처리가 꼬이고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좀처럼 생기지 않자 소비자들이 눈높이를 낮춘 것이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자산도 팔아치웠다.
매사추세츠주 펨브로우크에서 수입상을 하는 빌은 수년전 친구와 함께 산 부동산을 e베이에 매물로 올렸다.
5년전 e베이 거래는 고작해야 70만달러였다.
그러던 것이 2000년 54억달러로 늘더니 올해는 2백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거래 패턴 못지않게 거래량 자체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4년에는 미국 국민들의 일자리가 늘어날 전망이다.
그래서 포드자동차의 대중적 차종인 토러스 대신 BMW가 다시 클릭 1순위를 회복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주가 강세 속에 고용창출까지 기대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 경제는 먹구름에 덮여 있다.
11월 도소매 판매는 60개월만에 최악을 기록했다고 한다.
한국의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에는 우울한 한국 경제의 한 해 모습이 어떻게 투영돼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