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시장의 최대 이슈는 '미 달러 약세'였다. 미국의 경상적자 확대,지정학적 불안감 고조 등의 이유로 달러가치는 30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유로에 대해 19.0%,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9.8% 급락했다. 일본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도 달러가치 추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한 해였다. 월가가 글로벌증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한 데 비해 달러는 무기력한 하락행진을 지속한 셈이다. ◆달러가치,유로 대비 사상 최저 추락=달러가치는 30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유로당 1.25달러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했다. 이 같은 유로 대비 달러가치는 유로화가 탄생한 1999년 1월(유로당 1.1828달러)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하락폭은 유로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엔화 대비 달러가치도 3년2개월만에 처음으로 강력한 심리적 저지선으로 인식된 달러당 1백7엔선이 붕괴된 뒤 밀고당기기를 계속하고 있다. 달러가치는 새해에도 약세기조를 탈 가능성이 높지만 하락폭은 올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일단 내년 달러환율의 마지노선을 '유로당 1.30달러,달러당 1백엔'으로 보고 있다. ◆경상·재정적자 급증이 핵심 원인=미국이 올 하반기 들어 소비 제조 고용 등에서 전반적으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면서도 달러가치가 떨어진 것은 무엇보다 이른바 '쌍둥이 적자',즉 경상적자와 재정적자가 급증한 결과다. 올 경상적자가 5천억달러(GDP의 5% 수준),재정적자가 3천8백억달러(3.5%)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불신감이 심화된 것이다. 이와 함께 이라크전쟁과 잇단 테러는 미국의 지정학적 불안감을 확대시켰고 결과적으로 위험 노출이 덜한 유럽쪽으로 국제자금이 몰리면서 유로화의 위상만 크게 높아졌다. 중국 대만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은 달러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그 어느해보다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수출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중앙은행은 올해 20조5백억엔(2백25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자금을 외환시장에 투입하며 엔약세를 유도했다. 올해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이 급증한 것도 시장개입과 무관치 않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