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1일자) 3분기에 경기저점 지났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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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경기가 정부측 주장대로 올 3분기에 이미 바닥을 친 것이 아니라,하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내수와 수출,생산과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11월 경상수지 흑자가 29억5천만달러로 5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생산·수출이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소비·투자가 회복되기는커녕 도소매 판매가 60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오히려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경기저점 통과여부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소비와 투자를 가로막는 구조적인 요인들을 도외시한 채,양극화 현상을 단순히 경기순환적인 관점에서만 파악하려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용불량자 수가 3백60만명을 넘고 있고 하루가 멀다고 불법파업이 일어나는 상황에서,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기업의 투자의욕을 얼어붙게 했고,내년 총선까지 정국이 혼미를 거듭할 전망이어서 더욱 그렇다.
따지고 보면 생산·수출쪽도 전망이 밝지 만은 않다.
수출이 잘 된다고 하지만 원화약세의 영향이 큰 데다, 그나마도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집중돼 있어 언제 사정이 급변할지 모를 일이다.
산업생산도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생산증가율이 10월보다 오히려 2.7%포인트 떨어졌고 공장가동률도 한달 전에 비해 1.2%포인트 하락하는 등 증가세가 취약해, 벌써부터 W자형 경기하락(더블 딥)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2004년 경제운영방향'에서 투자확대와 서비스업 활성화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2%대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와는 달리,내년엔 5%대 성장이 전망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대로 가면 이같은 성장률 또한 낙관하기 어렵다고 본다.
당국은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그것은 현재 우리경제 전반을 짓누르고 있는 경제외적인 불확실성을 서둘러 해소하고 기업의욕을 고취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경기의 회복세를 틈타 당면한 경제난을 헤쳐나갈 수 있는 모처럼의 좋은 기회를 그대로 놓쳐버리기 쉽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