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에게 듣는다] 자그디시 바그와티 <컬럼비아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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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디시 바그와티 컬럼비아 대학 교수는 무역자유화와 국제화가 세계경제의 성장 엔진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특히 양자간이나 지역간 자유무역협정보다는 선·후진국이 모두 참여하는 다자간 협정이 훨씬 더 효율적이란 입장을 고수하고있다.
동료 교수인 조셉 스티글리츠가 쓴 '국제화와 그 불만들(Globalization and its discontents)'이라는 책도 자유무역옹호론자의 입장에서 보면 '졸작'이라고 거침없이 비판한다.
국제화의 본질을 외면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잘못된 정책에만 주목한 편협된 책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그는 하지만 민주당의 강력한 대선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가 강경한 보호무역주의자여서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올 여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초청으로 서울을 방문,연구와 강의를 할 예정인 그를 뉴욕 맨해튼에 있는 외교협회(CFR) 연구실에 만났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적은 언제 입니까.
"월드컵 직후 입니다.
월드컵 열기 때문인지 한국은 좋아보였습니다.
1950년대초 경제개발을 얘기할 때 모두 중국과 인도를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두나라는 정책 실수로 후퇴했죠.
중국은 공산 혁명으로,인도는 50년대 후반 국제수지 위기로 제대로 된 정책을 펴지 못했습니다.
반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한국과 대만등이 놀랍게 부상한 것입니다.
한국은 실용적인 정책을 폈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실용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는 전제적이지만 그밖에는 모두 실용적입니다.
그런 장점을 최대한 살려나가고 있죠."
-그런 중국으로 한국 기업들이 공장을 대거 이전하고 있습니다.
산업 공동화 우려도 나오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미국에서도 똑같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교육에 대한 투자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반도체를 시작한 때를 생각해 보십시오.
저는 당시 한국에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요.
교육 수준이 높아 기술향상을 이룰 것으로 봤기 때문이죠.
지금도 한국에는 혁신적인 기업인과 높은 교육을 받은 고급 인력이 많지 않습니까.
그들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겁니다.
그것이 무엇일 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교육 수준이 높은 인력이 있다면 기업들의 해외탈출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그들이 다음에 할 일을 생각해 냅니다.
미국도 기업들의 공장이전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수한 인력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 큰 문제가 안됩니다.
미국에 이민 오는 한국 사람들을 보십시오.
설령 그들의 교육수준이 낮아도 위험을 택하는 혁신적인 사람들 아닙니까.
청과상을 하거나 보석상을 하더라도 그들의 2세는 MIT나 예일 같은 명문대학을 다니는 우수한 인재로 커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개방된 사회,개방된 경제 시스템에서 얻는 혜택이라고 할 수 있죠."
-미국의 중국 위안화 절상 압력이나 브래지어 수입제한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느 나라든 환율을 관리하고 싶어 합니다.
기본적인 경제상황과 무관하게 마음대로 조작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아시안 외환 위기이후 한국을 비롯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보유액을 늘렸습니다.
왜 그랬겠어요.
환율에 그만큼 민감하게 신경을 쓰면서 뭔가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한 거죠.
중국도 마찬가지 입니다.
게다가 중국 전체의 경상적자는 그렇게 많지도 않아요.
결국 문제의 본질은 미국에 있지 중국에 있었던게 아닙니다.
미국은 늘 악마를 필요로 합니다.
언제든지 때릴 상대를 만들죠.
일본 다음으로 중국이 그 상대가 된 겁니다.
중국산 브래지어 수입 제한만 해도 그래요.
미국은 더 이상 브래지어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국내 산업을 위한 보호조치라고 할 수도 없죠.정치적 제스처입니다.
그래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차분하다고 할 수 있어요.
민주당이 훨씬 보호무역쪽에 기울어 있죠."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주자중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는 어떻습니까.
"그는 강경한 보호무역주의자 입니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사람으로서 걱정이 큽니다.
딘 지사는 이라크 전쟁 반대 무드를 타고 인기를 얻었지 않았습니까.
반전론과 반국제화는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미국을 악의 제국이라고 비난하는 젊은이들을 보십시오.
그들은 국제화도 그 제국을 이끄는 대기업들의 확장으로 해석합니다.
그리고 그 대기업들이 부시의 공화당을 장악하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민주당도 대기업으로 부터 막대한 정치자금을 받습니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뉴욕에서 정치자금을 모았을때 부자들과 대기업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론 브라운 상무장관은 보잉 GE GM등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 계약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치 시스템에서 계약을 딴 기업들은 많은 정치 자금을 갖다주지 않습니까.
소비자 운동가인 랠프 네이더가 말한 것 처럼 공화당이나 민주당이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정치 문화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부시 행정부가 한국산등 수입철강에 보복 관세를 매긴 것도 교역 상대국들의 반발을 불러왔잖습니까.
"어느 대통령이든 초기 1,2년은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민주당을 지지 하지만 클린턴 대통령도 초기 1년간 무역자유화로 갈 건지 보호무역으로 갈 건지 혼선을 겪었습니다.
부시 대통령도 일자리를 걱정하는 유권자를 생각해 철강 수입관세 부과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철강 관세는 해제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농업보조금 축소입니다.
WTO도하라운드 출범에도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죠.
미국과 유럽이 갈등을 빚었던 농업보조금 문제는 서로가 양해할 수 있는 선으로 줄여 해결해야 합니다.
이 문제는 양자간의 협의로 될 일이 아니고 반드시 다자간 협상으로 풀어야 합니다.
농민들에게 주는 생산보조금을 교역 상대국별로 나눠 어느 국가에 수출할 때는 주지 않고 다른 나라에 수출할때는 줄 수 있는 성질이 아니지 않습니까."
-내년 세계무역의 화두는 무엇이 될까요.
"물론 WTO 협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문제죠.
안타깝게도 로버트 죌릭 미 무역대표부(USTR)대표가 양자 협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결국 다자무역체제인 WTO에 적극성을 보일 것입니다.
저는 좀더 자유로운(Freer)무역이 세계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한다고 확신합니다.
개방 폭을 넓히고 관세를 낮춰나가는 무역 자유화 조치가 번영의 길입니다.
도하 라운드의 출범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2005년 중반께 타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역자유화 협상에서 개도국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래서 개도국들이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아세안(동남아시아 자유무역연합)+3(한국 일본 중국)'같은 협의체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서 목소리를 내면 미국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느 한 나라가 미국과 상대하려면 힘들죠.
연합을 하면 낫습니다.
선진국에 맞서 개도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G22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세계의 주요 언론을 보십시오.
미국과 유럽연합의 입장 밖에 전달하지 않습니다.
지난번 칸쿤 회의에서 처음으로 브라질 대표가 미국이나 유럽 대표와 같은 대우를 받았죠.
한국이나 인도같은 개도국 국민들도 사려깊고 현명합니다.
그들도 선진국 국민들과 똑같이 존중을 받아야 합니다."
-컬럼비아 대학의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는 아시아 외환위기 문제를 다루면서 조급한 자본시장 자유화가 화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는데요.
"그가 작년에 펴낸 책 '국제화와 그 불만 (Globalization and its discontents)'은 형편없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작해야 위기를 겪은 국가들에 적용한 IMF의 정책을 다룬 정도에 불과합니다.
언론들도 혹평했죠.
다만 자본자유화는 좀더 준비를 해야 하고 유의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는 공감합니다.
은행이나 기업이 외국에서 돈을 너무 많이 빌리면 위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 IMF(국제통화기금)와 미국 재무부가 아시아 국가의 자본자유화를 너무 재촉했죠.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회장(전 미국 재무부 장관)이 아시아 외환위기를 잘 수습했다고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위기를 제공한 측면도 있어요.
마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전쟁을 조장한 후 평화를 가져왔다고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죠.
유럽도 전후 25년이 걸려서야 자본자유화를 이뤘습니다."
-미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왜 일자리는 생기지 않는다고 보십니까.
"생산성 향상과 자가 취업 때문입니다.
기계 한 대당 필요한 사람 수가 갈수록 줄고 있고 고용통계에 잡히지 않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 아닙니까.
그래도 숙련자를 채용하겠다는 공고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일자리도 증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국 경제의 장단점과 전망을 부탁합니다.
"한국 경제 전문가가 아니어서 깊이있는 얘기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유연성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짧은 기간에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각 부문에서 개혁을 이뤄나가는 것을 보면 놀랍습니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 대담=고광철 뉴욕 특파원 gw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