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고속철도 시대가 개막된다. 고속열차는 새마을호보다 2배나 빠른 시속 3백km로 서울∼부산을 2시간 40분에 주파한다. 전국이 '하루생활권'에서 '반나절권'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고속철 개통은 출퇴근 주거 관광레저 등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몰고 오고 역세권 개발 등으로 지역경제 붐을 촉진하는 등 경제·사회 전반의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고속철도 시대의 변화상을 시리즈로 조망해 본다. ----------------------------------------------------------------- 천안에 살고 있는 임진수씨(39)는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회사에서 일한다. 매일 아침 7시에 집을 나서 10분 거리에 있는 천안·아산역에서 고속열차를 탄다. 잠깐 신문을 뒤적이는 사이에 시속 3백km로 달리는 기차는 벌써 서울역에 도착했다. 불과 34분 만이다. 버스를 타고 회사에 도착해 시계를 보니 8시25분. 서울에 살 때보다 출퇴근 시간이 더 줄어든 셈이다. 이는 현재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4월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현실이 된다. ◆'탈(脫)서울' 신드롬=고속철도 개통은 출·퇴근권을 대폭 확대시키는 등 생활 패턴에 '혁명'이 예상된다. 일본의 경우 신칸센 개통 이후 도쿄에서 2백km 떨어진 지방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졌다. 프랑스도 TGV 개통으로 파리 출·퇴근권이 승차시간 40∼50분인 시외곽 1백50km까지 확대됐다. 고속철이 개통되면 우리나라도 천안까지 34분,대전까지 49분이면 가능해 천안과 대전은 사실상 수도권에 편입된다. 고속철 이동시간만으로 따지면 천안·대전은 서울 인근의 일산·분당신도시와 근접성이 비슷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이른바 '탈(脫)서울'을 꿈꾸는 고속철도 통근족이 대거 등장하고 서울 집값의 절반 가격으로 고속철도 정차역 주변에 내집 마련 붐이 일어 신주거지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안 등의 아파트 매매가는 올 들어 평균 16% 올랐지만 고속철이 개통되면 더 오를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서울∼부산의 경우 2시간40분이면 갈 수 있어 당일 출장이 가능해진다. 2010년 고속철 2단계 개통이 되면 1시간56분이면 충분하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 한 디자인회사의 직원 A씨가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전시회에 당일 참석하고 오후에 회사로 복귀할 경우를 비교해보자. 소요시간은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회사에서 철도역까지 40분,대기시간 5분,부산까지 2시간40분,부산에서 해운대까지 20분을 잡아도 3시간45분이면 가능하다. 비행기의 경우도 김포공항까지 1시간20분,공항 대기시간 40분,비행시간 1시간,해운대 이동 40분 등 3시간40분이 걸린다. 고속철과 비행기의 시간은 비슷하다. 하지만 요금은 고속철이 30%가량 싸다. 고속철은 역까지 1천4백원,철도요금(잠정) 4만9천9백원,해운대 이동 1천4백원 등 모두 5만2천7백원이다. 비행기는 공항까지 1천4백원,비행요금 6만9천원,해운대 이동 1천4백원으로 7만1천8백원이 된다. 1만9천1백원 차이가 난다. 고속버스는 당일 복귀가 어렵다. ◆관광·레저 패턴 바뀐다=주 5일 근무제와 맞물려 지방여행이 한결 편리해져 주말 레저·관광문화가 크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의 웬만한 관광지보다는 경주·부산이 시간적으로 더 가까워져 관광패턴의 변화도 뒤따를 전망이다. 특히 고속철도가 통과하는 지역은 관광객이 늘어나 관광산업 활성화가 기대된다. 일본의 경우 하나마키 온천은 78년 신칸센 개통 후 10년 만에 관광객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 관광학부 이연택 교수는 "고속철 개통은 근거리 중심에서 원거리 중심으로 관광영역이 확대될 것"이라며 "지자체로선 사전에 관광지를 개발하고 수용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