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새해 원단의 한국경제 현실은 솔직히 암울하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젊은이들만이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사오정''오륙도' 등 신조어가 피부에 와닿는 직장인들의 하루하루도 따지고 보면 다를 게 없다. 경기가 IMF 직후보다 더 나쁘다고 이구동성이다. 이민 열풍,제조업 공동화,3백60만명의 신용불량자,평균 3천만원이 넘는 가계 빚이 우리 경제의 현주소다. 과연 이 나라는 어떻게 돼가고 있는 것인가. 앞이 안보일 정도로 경제상황이 악화된 데 대한 책임을 집권 1년도 채 안된 현 정부에 모두 떠넘기는 것은 물론 너무 가혹한 일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1년의 경제성적표는 수준 이하라고 아니할 수 없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수출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호조를 보였음에도 유독 우리만 2%대 성장에 머무른 것도 그렇고,수많은 개혁구호가 난무했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게 없다. 섣부른 온정주의로 계층간 갈등을 부추긴 결과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된 노사분규와 시위사태로 영일이 없었다. 참여정부 첫 해는 정말 길고도 혼란스러운 한 해였다. 오죽하면 지난 1년간을 특징지울 수 있는 말로 '우왕좌왕'이 선정됐겠는가. 물론 그 까닭은 여러가지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소위 '로드맵'을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을 정도로 '준비 안된' 집권이었던데다 '코드 인사'로 불리는 아마추어들을 등용한 것도 한몫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참여'와 '변화'라는 구호 아래 국민들의 기대수준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풀린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시장기능이 작동할 리 만무했고 시장경제 원칙은 설 땅을 잃었던 것이다. 때론 '반(反)시장적' 논리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둔갑하기도 했고,참여 논리로 포장한 집단이기주의 앞에서는 '법과 원칙'이 무시되기 일쑤였다. 변화를 외치는 목소리 앞에서 기업들은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매도되기도 했다.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법과 원칙'이 흔들리고,'기업'들이 매도되다 보니 경제가 근본부터 흔들렸던 것이다. 올해는 다행히 세계 경제가 본격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반짝회복이 아닌 예전의 활력을 되찾으려면 흔들리고 있는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는 일이 급선무다. 법과 원칙이 무시되고 반기업적 정서가 팽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가 이뤄질 리 만무하고 일자리도 생겨날 수 없다. 어떤 이유로든 '공정한 경쟁을 통해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다'는 시장경제의 가장 원초적인 원리마저 부정된다면 시장경제는 꽃을 피울 수 없는 것이다.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정부부터 변해야 한다. 참여와 변화도 좋지만 시장경제 원리를 부정하는 개혁구호를 더이상 남발해서는 안된다. 되는 일도 없이 분란만 일으키고,일자리가 없어지게 만드는 '개혁'은 아니함만 못하다. 넘쳐나는 청년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주고,직장인들을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공포로부터 해방시키려면 무너진 법과 원칙을 확립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노동계를 비롯한 이익집단도 과도한 욕구 분출을 더이상 해서는 안된다. 불법파업과 집단행동을 통해 설령 당장은 조금 더 얻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 뿐이다. 경제에는 결코 공짜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기업들도 더이상 과거 타성에 안주하려 해서는 안된다. 투명경영을 통해 노동계의 불신을 해소하고,일자리 창출을 통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그래야만 반기업 정서를 극복하고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새해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혼연일체가 돼 흔들리고 있는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는 한 해로 만들자. 그러면 암울하기만 한 우리 경제는 되살아날 수 있다. 투자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생기면서 청년실업도 신용불량자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내년 이맘때는 모두가 희망을 얘기할 수 있도록 새로운 각오로 다시 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