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서울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서울시는 한강 이남의 논 밭 과수원에 현재의 강남을 건설하기 시작한지 30여년만에 강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강남개발의 민간부문 주역이던 현대건설 회장 출신인 이명박 시장이 '강북 르레상스'기치를 내건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서울시는 최근의 '재산세 파동'에서 나타난 강남북 불균형 성장에 따른 사회경제적 갈등구조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향후 10여년간 '강북 업그레이드'에 전력키로 했다.


8학군,예술의 전당,코엑스 몰,로데오 거리 등 강남이 번영하는 동안 강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강남북은 아파트 값이 3배 이상 차이가 나고 정서마저 다를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교육에서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서울은 물론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의 상당 부분은 '강남 번창,강북 낙후'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다.


따라서 강북 르레상스는 수도 서울만의 프로젝트 차원을 뛰어 넘어 국가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이란 의미를 갖는다.


서울시의 강북 르레상스 계획을 시리즈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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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강북 부흥계획은 다각도로 추진되고 있다.


뉴타운으로 대표되는 주택 개선작업을 비롯해 △환경 개선(청계천 복원·섬 서울숲·용산공원) △직장만들기(20개 균형개발촉진지구 지정·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용산 업무단지) △교통 혁신(버스중앙차로제 등 대중교통 시스템 개편·경전철 도입) △교육환경 개선(15개 자립형 사립고 유치) 등이 주요 내용이다.


남진 서울 시립대 교수는 "서울시의 계획은 도시 성장관리 모형의 삼각축인 환경과 주택 직장을 균형있게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라며 "계획대로 추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면 강남을 따라잡는 '강북 르네상스 시대'는 멀지 않은 장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물과 숲이 어우러진 곳으로


양재천은 강남 대치동 아파트 값을 끌어올린 '주범'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집 주변에 맑은 하천이 있다는 매력이 이 곳을 최고의 주거지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강북 르네상스'의 서막은 청계천 복원사업이 열었다.


흉물스럽던 청계고가도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일부 구간은 복개도로를 벗고 청계천 속살까지 드러냈다.


2005년 9월께에는 1급수 어종인 버들치가 노니는 5.8km짜리 하천이 생겨난다.


청계천 복원을 계기로 세운상가,황학동 벼룩시장 등 주변 노후건물도 대형 주상복합빌딩으로 재개발된다.


성동구 뚝섬 일대엔 런던의 하이드파크 못지 않은 35만평 규모의 '서울숲'이 조성된다.


공원도 크게 확충된다.


용산의 경우 조만간 미군부대가 떠나면 엄청난 규모의 공원이 추가된다.


15개 뉴타운도 자연친화적 단지로 조성된다.


은평뉴타운은 부지 1백9만평 가운데 38%를 녹지로 조성하는 '리조트 같은 생태 전원도시'로 탈바꿈한다.


● 직장과 주거지가 한곳에


서울시가 강북 업그레이드 카드로 제시한 뉴타운과 균형발전촉진지구는 직주근접형 도심 커뮤니티다.


길음뉴타운 일대 3백80만평은 서울시가 계획한 첫 '자족형 복합도시'란 점에서 관심을 끈다.


아파트는 물론 대기업과 상업시설을 유치해 직주근접 효과를 최대화한다는 구상이다.


김병일 서울시 지역균형추진단장은 "상업·업무기능 없이 주거만 육성하면 교통난만 부채질할 것"이라며 "직주근접 기능을 높여 동북권 교통흐름을 커뮤니티 내에서 흡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왕십리·용산지역도 자족형으로 개조된다.


왕십리 뉴타운은 중심부엔 주거단지,외곽에는 상업·업무시설이 각각 조성된다.


상암지역도 정보기술(IT) 및 미디어 업체들이 대거 들어서는 디지털미디어시티(DMC)개발과 연계된다.


이태원 한남동 보광동 일대에 들어설 한남 뉴타운도 마찬가지다.


● 교통·교육 문제가 관건


강북의 열악한 교육 환경과 만성적 체증에 시달리는 도로여건은 '강북 르네상스'를 위한 풀기 힘든 과제다.


서울시는 부족한 도로는 '대중교통 활성화'로 풀겠다는 전략이다.


오는 7월부터 △도봉·미아로(14km) △망우·왕산로(10.4km) △수색·성산로(8.7km) 등 6개 간선도로에 중앙버스전용차로제를 시행한다.


교육환경은 자립형 사립고 등을 신설해 개선키로 했다.


서울시는 은평 등 강북 14개 자치구에 특목고 및 자립형 사립고 15개교를 계획하고 있다.


강남북 학군을 섞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강북 개발의 성패는 결국 교통과 교육 문제"라며 "중앙 정부와 서울시가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 어느 정도 강력히 추진하느냐에 따라 '강북 르네상스'의 도래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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