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성장이다] 成長엔진에 다시 불을 지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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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한경 신년기획
시장경제 충실ㆍ효율적 정치리더십 과제
시장경제 충실ㆍ효율적 정치리더십 과제
갑신(甲申)년 새해가 밝았다.
전쟁과 질병,갈등과 대립으로 얼룩졌던 묵은 해는 지나갔다.
그러나 이 새해에 선뜻 '희망찬'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힘들다.
가계부실과 신용불량,청년실업,제조업 공동화와 경기 양극화,정치불안과 사회갈등 등 그 어느 것도 속시원하게 매듭짓지 못한 채 새해를 맞았다.
'참여정부'는 매년 50만개씩 2백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잠재성장률을 7%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지만 첫해 성적표는 참담했다.
일자리는커녕 실업자가 14만4천명(64만8천명→79만2천명)이나 늘어났고,성장률은 오일쇼크와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인 2%대로 내려앉았다.
새해에는 미국 등 주요국 경기의 빠른 회복세에 힘입어 우리 경제도 5%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꽁꽁 얼어붙은 내수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체감경기는 지난해와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성장동력이 급속하게 꺼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은 이미 5%대에서 4%대로 하락했고,노사불안과 기업투자 부진 등 고질병을 치유하지 않을 경우 향후 10년 내에 3%대까지 주저앉을 판이다.
우리는 그 동안 성장의 동력을 스스로 갉아먹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연중 무휴로 이어진 파업 대란은 찾아온 바이어까지 내쫓았고,물류와 공장을 멈춰 세우면서 기업과 근로자 모두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라는 설익은 이념은 생산성을 뛰어넘는 높은 임금 상승을 촉발하면서 기업 경쟁력을 심각하게 위협했다.
섣부른 개혁 논리는 기업들을 각종 규제로 옭아매 신규 투자를 위축시키고 결국에는 해외로 빠져 나가게 만들었다.
정부는 그간의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다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섰다.
실패로부터 배워야 할 제1의 교훈은 '역시 성장'이라는 사실이다.
한국경제신문이 '다시…'를 신년 화두로 던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경제에 '다시' 성장의 엔진을 달아주기 위해서는 자본과 노동의 생산성 외에 이를 버무려내는 총요소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수준 고도화 등 물리적 인프라 외에도 사회제도 개선,효율적인 정치 리더십 확보,정확한 국가 좌표 설정 등 '정신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를 집중 분석하고 기업 혁신의 현장을 재조명하는 신춘기획을 마련한 것은 그런 노력의 하나다.
국가 이념의 재설정,시장경제 복귀를 지적하는 원로들의 특별 기고를 싣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보릿고개와 가난의 대물림을 떨치고 일어나게 했던 '성장신화'는 그 맥박을 다시 이어가야 한다.
성장이야말로 최선의 '분배'임을 지난 우리의 역사는 생생하게 증언해주고 있다.
이학영 경제부장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