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화 < 티켓링크 사장 ceo@ticketlink.co.kr > 어느 신문기자와 인터뷰하면서 "사람이 싫어졌던 적은 없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왜 없겠어요?"라고 가볍게 웃고 넘어갔지만,생각해 보면 가끔은 정말 그런 적이 있었던 것 같다. CEO라는 자리는 여유 있고 우아한 자리가 아니다. 시장의 흐름을 주시하고,사업 기회를 찾고,큰 틀의 의사결정을 하고,회사의 작은 일까지 살펴야 하는 격무의 연속이다. 일은 사람과 하는 것이라,생각처럼 안 풀릴 때는 갈등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면 수양이 부족한 나는 또 이렇게 중얼거린다. "아! 아무도 없는 섬에 가서 책 읽고 그림 그리면서 우아하게 살아봤으면…." 하지만 이런 부질없는 생각이 들 때면 언젠가 봤던 영화 한편을 떠올려 본다. 톰 행크스 주연의 '캐스트 어웨이'란 영화였는데,세상 일은 혼자 걸머진 양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던 주인공이 어느날 갑자기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혼자 남겨진다는 줄거리였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톰 행크스가 추위를 막고 허기를 채울 음식을 만들기 위해 불을 피우려고 애쓰는 장면이었다. 손바닥이 다 벗겨지도록 나무를 비벼대지만 불이 붙지 않자 무력감에 빠져 엉엉 울음을 터뜨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하,사람에게 부대끼지 않고 혼자 살아간다는 것이 저런 것이구나. 생각해 보면 문명은 다름 아닌 바로 타인들이다. 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는 가스레인지의 불꽃,샤워기의 온수,입고 있는 옷,살고 있는 집,매일 먹는 음식,누리는 문화….이 모든 것들이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때론 싫어지기도 하고 때론 아픈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한사람 한사람의 타인들이야 말로 내겐 소중한 존재들이란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사는 것 같다. 한해가 새로 밝았다. 문화라는 이름으로 일으켜 세운 티켓링크가 또 한살을 먹는다. 오늘의 우리 회사를 있게 한 직원들의 얼굴,그리고 얼굴을 아는 또는 이름도 모를 고객들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모두가 소중한 사람들이다. 마찬가지로 새해에 매일매일 내가 하는 일이 내가 아닌 세상의 그 누군가에게 더욱 소중한 일이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