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을 1백여일 앞두고 정치권이 김대중 전 대통령(얼굴)의 '후광'을 업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호남민심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DJ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해 첫날 개방한 김 전 대통령의 자택에 1천5백여명이 다녀간 것은 이같은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민주당은 조순형 대표와 추미애 상임중앙위원 등 당 지도부와 한화갑 김옥두 이윤수 의원 등 구동교동 출신 의원들을 포함,중하위 당직자들까지 총출동했다. 조 대표는 선친인 조병옥 박사의 회고록을 선물로 건넸고 김 전 대통령은 조 박사와의 일화를 떠올리며 화답했다. 열린우리당 김원기 상임의장과 김근태 원내 대표도 동교동을 찾았다. 두 당 뿐 아니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도 5일 김 전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다. 손학규 경기지사와 이인제 자민련 총재권한대행은 1일 문안을 마쳤다. 정치권의 'DJ구애'는 총선일이 다가올수록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호남표밭을 노리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총선 주자들은 저마다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주요 선거전략으로 내세울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김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한정 비서관은 "1일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찾아왔을 때 시간도 똑같이 배려했다"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정치개입은 안할 것이라는 말은 행동으로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