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총리에 오쿠다 히로시 전 니혼게이단렌 회장,기업인들에게 국가 회생 열쇠 맡겨.' 20XX년 1월, 닛케이 평균주가가 3천엔까지 폭락한 패닉상황에서 메가톤급 뉴스가 줄지어 터져나온다. 내각 총사퇴 소식에 이어 거국 내각 발족으로 돌파구를 찾는다는 뉴스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엔화값이 달러당 3백60엔까지 추락하고 외국자본의 '엑소더스 재팬'으로 국가 파탄이 임박해지자,일본 국회는 초법적 조치를 발동했다는 해설이 양념으로 따라붙는다. '총리는 국회의원중에서 선출한다'는 헌법 67조와 '각료의 과반수는 국회의원으로 채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68조의 적용을 3년간 예외로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관방장관에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사장,행정개혁 및 산업재생상에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사장…' 뉴스는 스타 경영자들이 오쿠다 총리를 보필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일본의 한 신문이 네티즌 대상의 신년 설문조사에서 1천2백12건의 응답을 받은 후 경제인만의 가상 내각을 발족시켜 눈길을 끌고 있다. 정치권이 입으로만 개혁,경제 회생을 외치면서 정반대로 몰고 갔으니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논리다. 시나리오에는 바람 앞의 촛불로 묘사됐지만 일본경제의 2004년은 캄캄하지 않다.상반기에는 순항을 계속할 것이란 게 이코노미스트들의 관측이다.그런데도 드림내각 시나리오는 그럴싸한 설득력을 가졌다. 나라와 국민의 '밥'을 해결해줄 마지막 구원투수는 경제인밖에 없다는 인식이 시나리오에 진하게 배어 있어서다. 경제회생 처방과 연금·세제개혁을 놓고 일본 재계는 정치권의 무지와 무능에 분노하지만 이들의 처지는 그래도 한국 재계에 비하면 무풍지대다.정치에 휘둘리다 검찰에 불려다니는 기업인이 줄을 잇는 한국에 비하면 이들의 공로를 정당하게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