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2일 시무식을 갖고 갑신(甲申)년 문턱을 힘차게 넘어섰다. 재계는 올해 사상 최대 수준의 매출과 이익 목표를 달성하고 투자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4대 그룹 가운데 삼성 현대자동차 두 그룹의 매출목표만 따져도 2백조원에 육박,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6백40조원(추정치)의 31%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4대 그룹의 신규 투자(연구개발투자 포함) 역시 지난해보다 15%가량 증가한 3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가 이처럼 공격적인 전략을 수립한 것은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글로벌 시장 환경과 무관치 않다. 대선자금 수사와 불안한 노사관계,기업규제 강화 움직임 등 주변 여건의 불투명성은 여전하지만 해외 경쟁업체들의 잰 걸음과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생각하면 언제까지 움츠러들 수는 없다는 것이 재계의 절박한 심경이다. ◆사상 최대 실적에 도전 삼성은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 대비 4% 증가한 1백20조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세전 이익 목표는 지난해보다 30%가량 증가한 14조1천억원으로 잡았다. 외형보다는 수익성을 중시하는 전략을 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1천50원을 기준으로 매출목표를 정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는 1백30조원을 넘나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그룹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16.9% 늘어난 69조6천4백억원으로 정했다. 현대차(31조1천1백억원) 기아차(16조6천7백억원) 등 자동차 부문만 따져도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매출목표(45조원대)를 넘어선다. 한진은 내년 매출목표를 올해보다 9.8% 늘어난 14조원으로 잡고 영업이익 1조3천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4.6% 늘어난 수준이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사장 역시 이날 신년사를 통해 매출목표를 8조9천2백60억원으로 책정,지난해 대비 10% 성장을 이룬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도 "그룹의 올해 매출은 9조2천억원,영업이익은 매출액 대비 9%인 8천억원을 달성토록 해 수익성 극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코오롱그룹의 매출목표는 지난해보다 14% 증가한 4조8천억원으로 정해졌다. 아직 매출목표를 공개하지 않은 LG와 SK는 두자릿수 실적 달성 목표를 정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확대 전략 삼성은 올해 시설투자에 11조1천억원,연구개발(R&D)투자에 4조4천억원을 투입,지난해보다 15.5% 증가한 총 15조5천억원을 책정했다. 반도체 LCD PDP 특수선박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월드베스트 제품 창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LG는 PDP LCD 등의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차세대 단말기,2차전지 등에서 세계 1등 사업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방침 아래 올해 8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R&D 부문에 3조원 가량을 투입해 그룹을 전자 정보통신 화학 등 제조업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SK는 정유 정보통신 화학 등의 분야에 4조원 상당을 투입하면서 중국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려 가기로 했다. 현대차는 올해를 '글로벌 톱5' 도약의 토대를 굳히는 해로 선언하면서 R&D 투자를 지난해 대비 34.8% 늘리는 등 5조9천억원의 투자자금을 마련했다. 한진은 1조2천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리딩 항공사 및 선사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중공업과 금융 부문의 계열분리 등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2조원 이상으로 잡은 포스코의 이구택 회장은 시무식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세계를 향한 성장의 페달을 밟을 때"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시설투자는 3천86억원으로 지난해 수준을 유지한 반면 R&D 부문에는 지난해 대비 14% 증가한 1천2백81억원을 배정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