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초가 되면 그 해 세계경제를 한 눈에 가늠해 볼 수 있는 화두(話頭)가 어떤 것들이 나오는지에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다. 올해도 많은 화두가 등장하고 있지만 단연 미국계 금융기관인 골드만 삭스가 제시한 BRICs가 눈에 띈다. BRICs는 학술적으로 정의된 것은 아니다. 단순히 올해 세계경제를 주도할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영어 머리 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다. BRICs 가운데 가장 먼저 주목받는 국가는 브라질이다. 브라질 경제는 2002년 10월 룰라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안정을 찾고 있다. 지난해에는 주가상승률이 90%를 웃돌아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물론 위기 극복 초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의 성격이 강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아직까지 분기별 성장률의 기복이 심해 본격적인 안정국면에 진입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올해는 룰라 정부의 경제안정화 정책이 추진 3년째를 맞아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여 3∼4%대의 성장세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국가가 러시아다. 러시아 경제는 푸틴 대통령이 '제2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을 추진한 이후 빠르게 본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가신용등급이 투자적격으로 회복돼 그동안의 경제성과가 대외적으로 평가받은 해였다. 현재 러시아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수 있는 여건을 충족시킨 상태다. 대외신뢰도를 바탕으로 경제대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춘데다 WTO도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러시아를 회원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분위기다. 러시아가 WTO에 가입한다면 우리와의 경제협력도 급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인도는 중국의 대체시장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현재 인도는 인구 12억명에 1인당 국민총생산(GDP)이 4백달러 내외다. 보통 1인당 GDP가 4백달러에서 1천달러에 이르기까지 외국상품의 수입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 관례다. 이 상황에서 인도는 우리처럼 소득불균형마저 심해 한 단계 높은 우리 상품에 대한 선호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경제도 여전히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국내기업들도 중국을 해외거점국가로 가장 선호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인구 13억명이 상품을 사줄 수 있는 유효구매력을 갖추고 있다. 또 8∼9%대의 높은 성장을 지속함에 따라 세계 어느 국가보다 시장규모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념해야 할 것은 국내기업인들의 이런 낙관적인 시각과 달리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중국경제를 불안정한 '자전거 경제'라 부르고 있는 점이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과 대규모 실업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중국경제는 둔화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이같은 시각의 골자다. 다행인 것은 현재 중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가 이런 과제를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중국 정부가 교역국과의 통상마찰과 내부적인 문제 등을 고려해 성장전략에서 '균형'을 중시할 것으로 보여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보다는 다소 둔화된 7%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올해 급진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BRICs를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의 다극화 현상에 대비해 대외정책과 세계경영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