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사관계법 괜히 고치지 않아".. 노민기 <노사정책국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최근 노사관계제도선진화 연구위원회가 마련한 '노사관계법·제도방안'(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어 담당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의 일단을 피력하고자 한다.
첫째,노사 어느쪽도 법·제도 개선을 원치 않는데 괜스레 정부가 불을 지펴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다.
그동안 노사는 현행 노사관계 법제도에 문제가 많다며 기회있을 때마다 입법청원 등을 냈고 일부 노동단체는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까지 했다.
노동계는 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직권중재 폐지 등을 요구했고 경영계도 직장폐쇄 요건완화,대체근로 허용,유급노조전임자 규제 등을 건의했다.
지난 93년 이후 ILO 등으로부터 여러차례 법제도를 고칠 것을 권고받기도 했다.
이번에 정부가 노사관계 법·제도를 고치는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둘째,법 개정보다는 의식과 관행의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다.
전혀 틀린 지적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의식·관행과 법제도는 상호 연계돼 있다.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전임자 급여지원 문제나 부당노동행위 문제가 그렇고 쟁의행위 찬반투표나 분쟁조정 절차 등 쟁의행위와 관련된 사항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관행은 법제도의 결과물인 측면이 많다.
셋째,노사관계 로드맵이 근로자들의 파업만능주의를 조장한다거나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내용만을 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다.
로드맵에는 근로자들의 기본권과 사용자의 대응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는 ILO의 '결사의 자유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규정들을 정비하면서 동시에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되는 수준으로 사용자의 권리도 신장시키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노사관계법·제도를 고치는 여정(Road)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고 어떤 분이 지적한 대로 노사에 짐(Load)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그 짐지기를 회피한다면 후대의 우리 국민이 무거운 짐을 지고 더 험한 길을,더 오랫동안 걷게 될 것이다.
고통스럽지만 미루지 말고 고칠 것은 고치고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