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내고(乃古)박생광(1904-1985)화백이 탄생한 지 1백주년을 맞는 해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이영미술관은 내고 탄생 1백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기획전을 오는 8월부터 11월까지 열 예정이다. 2001년 개관한 이영미술관은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미술관이지만 박화백의 유작품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 소장품은 대표작인 "명성황후"를 비롯해 "청담 대종사" 연작,"토함산 일출" "무녀"연작 등 1백여점에 달한다. 김이환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등으로부터 주요작품을 빌려 탄생 1백주년 기념전을 열고 심포지엄 개최를 통해 내고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영미술관은 전시기간 중인 10월 초순 서울에서 세계 주요 박물관· 미술관 관계자 3천여명이 참석하는 국제박물관협회(ICOM) 총회가 열리는 만큼 이들이 박 화백의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투어코스로 개발하는 방안도 경기문화재단측과 협의하고 있다. 일본 유학파인 박 화백은 한국문화를 그림에 담는 '역사화(畵)'를 끊임없이 추구해온 작가였다. 단군 왕검을 시작으로 한 역사화는 민비시해사건을 담은 '명성황후',녹두장군(전봉준)으로 이어진다. 그는 신라의 문화유산이 남아 있는 경주 남산을 화폭에 담고 싶어했지만 후두암으로 사망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자연을 주제로 한 동양화 전통에서 벗어나 한국의 역사를 그림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독보적 화가로 평가된다. 기법상으로도 그는 전통 건축물 장식에 사용됐던 단청과 탱화,민화의 전통을 계승해 토속적인 한국 채색전통을 회생시켰다. 김 관장은 "박 화백의 고향이 저와 같은 경남 진주여서 내고의 첫 개인전(1977년) 때 '흑모'란 작품을 처음 구입한 후 한 점 두 점 사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내고의 작품세계에 대해 까막눈이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박 화백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1995년 환갑의 나이에 일본 유학을 갔다. 동양미술사 명문인 와세다대 대학원에 연구생으로 들어가 박 화백이 화업을 닦은 교토 일대에서 그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기도 했다. 박 화백의 그림에 채색과 불화가 많은 것은 그가 도제교육을 받았던 오치하이 로후,교쿠라 센인이라는 두 스승의 영향에서 비롯됐다는 게 김 관장의 분석이다. "우리 근대 미술사는 반쪽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근대 주요 작가들이 대부분 일본에서 공부했는데 우리 미술계에서는 일본시절을 외면한 채 귀국 이후의 경향밖에 연구하지 않습니다. 이영미술관은 한국 근대 미술사의 나머지 반쪽을 연구하는 데 기여하겠습니다." (031)213-8223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