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혁신의 현장] (2) 선일다이파스 ‥ 스티커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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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진천군 광혜원산업단지에 있는 선일다이파스.
자동차용 볼트전문업체로 외관만 봐서는 여느 공장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2층 사무실에 들어서면 커다란 게시판에 수많은 서류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회사 어느 곳을 찾아도 마찬가지다.
강당에 들어서니 관리직에 대한 업무 평가를 보여주는 지표가 한눈에 들어온다.
팀별 업무 효율에 대한 점수를 매기는 MBS(Manufacturing Balance Scoring) 지표라고 한다.
주목할 점은 점수를 매기는 방식.
누구든지 해당 팀별 성과를 알 수 있도록 파랑 노랑 빨간색 스티커를 활용하고 있다.
고객만족과 내부성과를 나눠 주간 단위로 평가한다.
95점 미만이면 경고에 해당하는 빨간 스티커를 붙인다.
대체로 잘 했지만 완벽하진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 노란 스티커를, 1백% 완벽했으면 파란 스티커를 붙인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생판(生販)관리부와 판매운반 쪽에 빨간 스티커가 유독 많이 붙어 있다.
생판관리부는 원자재 단가 인상으로, 판매운반부는 소량 납품 증가에 따른 물류비 증가로 마음 고생 좀 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경고 사인이나 마찬가지인 빨간 스티커가 잇따라 3개 붙으면 해당 팀과 회사측은 곧바로 원인 파악에 나선다.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해결 방법이 나오기 때문이다.
김영조 사장은 이 때만큼은 반드시 책임자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평가 항목은 세부적으로 나눴다.
고객만족지표만 봐도 납기준수, 직배출하건수, 고객불량건수 및 불량률 등 다양하다.
관리직뿐 아니라 공장에도 블록별로 게시판이 있다.
현장 근로자의 업무 성과도 스티커 부착으로 이뤄지고 있다.
불량이 발생하면 개인별 불량내용을 게시한다.
또 월간 단위로 품질 불량이 기준을 넘으면 빨간 스티커를 붙인다.
계속 빨간 스티커를 받으면 블록장의 도움을 받아 대책을 마련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선일다이파스가 추진하는 혁신의 출발점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경영'이다.
말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스티커를 통한 평가도 이런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회사 게시판에 빨간 스티커가 줄고 파란 스티커가 늘면 회사는 잘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회사가 종업원들에게만 빈틈없는 원가절감과 품질관리만 강요하는 건 아니다.
회사측은 개개인의 노력이 합쳐져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그때 그때 종업원에게 알리고 있다.
사무실 내 회의실에 들어서면 역시 커다란 게시판이 있다.
회사의 경영성과를 주간 단위로 보여주고 있다.
주간 손익관리 체제를 구축한 것은 경영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목표 손익을 철저히 관리하려는데 목적이 있었다.
매출액과 매출원가 매출총이익 판매관리비 경상이익만 봐도 회사가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중소기업인 선일다이파스가 짜임새있는 혁신 시스템 도입에 나선 것은 지난 2000년부터.
단품 위주의 생산이라는 한계 때문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임금 및 원자재값은 오르고 고객들은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버틸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궁하면 통하듯, 이런 위기감이 변화의 실마리가 됐다.
김영조 사장은 희망을 갖고 싶어서, 아니 회사를 오랫동안 지켜내고 싶어서 혁신에 나섰다고 말한다.
그 결과 회사는 비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 회사는 작년 9월 '선일 비전 2010'을 선포했다.
오는 2010년 매출 1천억원, 경상이익 1백억원, 경제적 부가가치(EVA) 5%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김지훈 이사는 "4년 동안 체질 개선을 위한 기초 체력을 닦은 만큼 혁신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로 거듭 나겠다"고 다짐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