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중앙선관위의 '공명선거 협조요청'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도대체 뭘 하면 되고 뭘 하면 안 되는 것인지 (선관위에) 묻고 싶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 대통령이 공정선거를 포기했다"며 비난하고 나섰고,열린우리당은 "여당의 승리를 바라는 대통령의 솔직한 마음이 표출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4일 "대통령은 스스로 법률가이고,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하지 못한다는 것은 법에 나와 있다"면서 "선관위에 물어봐야겠다는 노 대통령의 말에 무슨 배경이 깔려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비판했다. 박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이 선거중립을 지킬 의지가 없음이 확인된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입으로는 정치개혁 원년을 외치면서 행동으로는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선거개입 원년을 만들고 있다"면서 총선 개입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당도 노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드러냈다며 위헌소송 불사의지를 나타내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강운태 사무총장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입법부 구성에 관여하겠다는 것은 선거법 및 공무원법에 어긋남과 동시에 3권 분립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선관위에 실제로 유권해석을 요청한다면 위헌소송을 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경재 상임중앙위원은 "이번 선거를 친노 대 반노의 구도로 이끌어가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표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정동채 홍보위원장은 "노 대통령은 정당의 제왕적 총재까지 겸했던 역대 대통령과는 다르다"며 "대통령이 여당의 승리를 바라는 솔직한 심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표현에 있어 문제가 된다고 해서 시치미를 뗄 수는 없다는 뜻에서 그같은 발언을 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 배경은 특별히 선거운동을 한 적이 없고,위법적인 선거운동은 더더욱 한 일이 없는데 선관위쪽에서 협조요청을 해왔으므로 대통령의 분명한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취지였다"며 "선거운동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31일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들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며 선거전 입당할 경우 열린우리당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선관위에 알아보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김형배·허원순·박해영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