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카드회사를 살리려면..朴商秀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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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회사들이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
LG카드 부도를 막기 위해 최근 채권은행들이 긴급 자금을 투입했어도 결국 주인인 LG그룹은 손을 들고 말았고,삼성카드는 구조조정을 위해 삼성캐피탈과 합병하기로 했으며,국민카드는 부실을 견디다 못해 모기업인 국민은행으로 흡수됐다.
카드업계 빅3가 이 지경이니 나머지 카드회사들의 형편은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다.
정부는 위기에 처한 카드사들을 위해 지난해 4월 현금대출비중 축소 시한을 연장하고,은행 및 투신권을 설득해 5조원에 달하는 브리지론과 만기가 돌아온 대출과 채권의 만기를 연장해 주었고,11월에는 LG카드 부도 사태에 따라 2조3천억원을 추가로 제공하도록 했다.
이렇게 밑빠진 독에 물 붓듯이 엄청난 자금이 카드사들을 살리기 위해 투입되고 있지만 카드사 사정이 가까운 시일 안에 호전되리라는 징조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카드사들을 현 위기에서 근본적으로 구출할 수 있는 정부의 방안은 없는 것일까?
대안은 있다.
그럼에도 정작 정부는 그 반대의 길로만 가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그 단적인 예가 얼마 전 공정위가 적자에 시달리는 몇몇 카드사들에 수익성 개선을 위해 마일리지 서비스를 축소한 것은 불공정 행위라며 강력 경고한 사건이다.
공정위는 나아가 신용카드사가 멤버십 서비스의 내용을 '사전 예고 없이' 변경·중단할 수 있도록 약관을 개정한 것을 두고 불공정 약관이라며 엄중히 시정을 요구했다.
정부가 이렇게 카드사들의 사소한 영업전략에 대해서까지 일일이 규제해서는 카드사들이 도저히 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카드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자금을 싼 값에 조달해 대출한 후 그 금리차로 먹고 사는 영리목적의 여신 전문 금융회사다.
그렇다면 일반 주식회사처럼 카드사들에도 영업상의 자율권을 허용해 주라.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게 하라.다시 말해서 카드사들에 자율권을 주되 이번 LG카드처럼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들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도록 해야 한다.
그 동안 카드사의 수익모델은 일시불과 무이자 할부,각종 부가서비스 제공을 미끼상품으로 해 현금서비스 사용을 유도하고 여기서 이익을 남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모델은 돌려막기 끝에 카드사와 채무자의 동반 부실로 귀결되는 실패한 모델임이 입증됐다.
실패한 수익모델인 현금장사에 카드사들이 더 이상 매달리지 않게 하려면,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이 실현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 및 각종 관리비용을 커버할 수 있는 만큼의 가맹점 수수료 인상,일시불에 대한 수수료 부과나 리볼빙제도(이용금의 일부만 결제하는 제도) 도입,연회비 인상 등이 불가피하다.
또한 카드사들은 과당경쟁으로 인한 비용낭비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각종 무이자 할부,놀이공원 무료 입장,스포츠경기 무료 관람,극장할인,각종 마일리지 제도 등 그 동안 우리가 카드사로부터 받아왔던 서비스만 봐도 도무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회사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나아가 정부는 카드사들이 부실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인터넷에 신용불량자 모임이 수백개에 이르고 여기서 채무자들이 빚을 안 갚고 버티는 방법과 버티면 탕감이 되더라는 산 경험을 주고 받고 있는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카드사의 정상화는 요원하다.
정부가 채무 탕감은 있을 수 없다는 확고한 의지를 천명하고 채권 추심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제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에서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카드사들을 정상화시키려고 애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채권 추심 시간이나 수단을 제한하고,이자율이나 수수료의 상한을 설정하며,이용한도의 축소를 제한하고,부대서비스나 마일리지 서비스를 축소하는 것을 제재하는 등 갖가지 방식으로 규제하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카드사들을 살리려면 그들을 옭아맨 결박부터 우선 풀어주어야 한다.
sspark@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