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이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정치ㆍ사회적으로도 지난해보다는 불확실성이 많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도 사회 변화와 맞물려 양상이 달라질 전망이다. 소비문화는 끊임 없이 변하게 마련이다. 2004년 소비문화 트렌드에 변혁을 초래할 요인들을 키워드 중심으로 알아본다. ◆ 웰빙 (well-being) 올해 상품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소비 키워드는 바로 웰빙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소개된 웰빙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트렌드로 꼽힌다. 먹거리에서 출발한 웰빙 경향은 신체와 정신 영역으로까지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무비판적 수요자 입장에서 벗어나 건강 및 식음료에 대한 적극적인 정보 탐색을 통해 상품의 질을 따져보는 스마트 웰빙 경향이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소비 트렌드는 상품시장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전 분야의 공기청정기가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쾌적한 공기 속에서의 생활을 선호하게 됐다. 패션 분야도 마찬가지다. 자연미와 편안함을 추구하는 웰빙 트렌드 제품들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서울 압구정동과 청담동의 거리나 카페에 가면 아디다스 줄무늬가 선명한 트레이닝 바지와 납작한 운동화, 화장기 없는 얼굴을 흔히 볼 수 있다. ◆ 퓨전 엔터테인먼트 현대와 고전의 조화, 공연과 레저의 결합 등 퓨전형 문화상품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TV 드라마 '다모'는 고전적인 주제를 표현하는 감각적 연출 기법, 최신 록 음악의 가미 등 퓨전 색채가 강한 작품이었다. 조선시대 사극적 스토리를 현대 감각으로 표현한 '스캔들'이나 백제의 멸망을 희극적으로 다룬 '황산벌' 등의 영화가 인기를 끈 것도 퓨전 엔터테인먼트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시사해 주고 있다. ◆ 피트 인 (Fit-In) 올해 백색 가전 제품 가운데 최대 히트 상품은 드럼형 세탁기인 LG전자의 트롬이었다. 이 제품이 성공한 것은 소비자들의 감성 니즈를 공략하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트롬은 세탁기를 베란다나 화장실 한 구석에 감춰야 하는 가전제품에서 거실에 당당하게 드러내놓고 싶은 품목으로 세탁기 개념을 전환시켰다. 기존의 '나홀로' 디자인 개념을 넘어 전체 실내 인테리어에 조화롭게 적응(Fit-In)된다는게 이 제품의 특징이다. 피트 인 니즈는 획일적인 사양보다는 맞춤형 제품들에 대한 소비자의 대량 맞춤 욕구에서 발견된다. 최근 한 이동통신사에서 고객별 니즈에 맞추어 1천가지 요금제를 도입키로 한 것은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 고속철도 오는 4월에는 고속철도 일부 구간이 개통된다. 개통 이후의 파급 효과는 여러 분야에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주말에 가족들과 고속철도를 이용, 즐길 수 있는 근거리 위락시설과 여가 상품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에서는 테제베(TGV) 개통으로 당일 여행객이 26%에서 54%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사례가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고속철인 신간센이 정차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주변 관광지가 개발 붐을 이룬 사례가 있다. 고속철도는 내년 이후 다양한 직간접 효과를 일으키면서 전국민의 라이프 스타일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 매스티지 매스티지(Masstige)란 일반 대중제품(Mass Product)과 명품(Prestige Product) 사이의 대중적인 중ㆍ고가 명품을 뜻한다. 소비 영역 전반에서 실속형, 스마트형 소비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매스티지 인기도 뜨는 추세다. PDP, LCD TV와 고급 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 가격이 내려가면서 실제 구매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고가 제품으로 인식되던 SUV(Sport Utility Vehicle) 제품도 일부 국내 자동차에서 콤팩트형 SUV를 내놓으면서 매스티지 소비 트렌드의 주요 공략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키워드들을 감안할 경우 올해 소비시장의 큰 흐름은 웰빙과 실용주의를 두 축으로 하는 가운데 꾸준한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