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16일 개봉 '런어웨이'..살인…음모…법정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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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아닌 일반 시민이 판결에 참여하는 배심제도는 미국 사법제도의 핵심으로 일컬어진다.
12명의 배심원이 토론을 통해 도달한 합의로 사실을 인정하는 절차는 '진실은 참여와 토론을 통해 발견된다'는 참여 민주주의의 이상까지 반영하고 있다.
지난 1957년 시드니 뤼멧 감독의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배심원들이 진지한 토론을 거쳐 진실에 이르는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배심제의 이상을 옹호하고 미국 자유주의 정신을 찬미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른 뒤 나온 게리 플레더 감독의 법정드라마 '런어웨이'는 배심제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음을 경고한다.
배심원들은 사욕에 따라 움직이거나 '빅브라더'에게 조종당하기 쉬운 보통사람들일 뿐이라는 것이다.
플레더 감독은 스스로 이 작품을 '법정에서 일어나는 절도영화'로 불렀다.
표면적으로는 무기회사를 상대로 한 법정투쟁의 양상을 띠지만 배심원들을 매수하거나 의사를 조작하는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존 그리샴의 베스트셀러를 극화한 이 작품은 총기난사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부인이 무기회사 판매관리의 소홀함에 책임을 물어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된다.
원고측과 피고측 간의 치열한 법리공방,배심원들을 조종하려는 음모와 로비,숨은 내막으로 막판 반전을 이끄는 대목들은 법정스릴러로서 완성도를 높였다.
무기회사가 배심원들을 조종하기 위해 고용한 이른바 '배심원 컨설턴트' 랜킨 피츠라는 인물이 이 드라마의 성격을 규정한다.
랜킨 피츠는 우호적인 패널이 선정되도록 배심원의 구성단계에서부터 관여해 TV모니터와 컴퓨터를 보며 배심원들의 행동을 살피고 영혼까지 분석한다.
그는 자신만의 정의를 추구하는 타락한 인물이지만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직업인이란 점에서 비난할 수만은 없다.
피츠역의 진 해크먼은 교활하지만 집념에 찬 승부사로서의 캐릭터가 부각된다.
그에 맞선 원고측 변호사 웬델로역의 더스틴 호프만은 열정과 정의를 웅변하는 인물이다.
둘을 상대로 거래를 시도하는 존쿠삭과 레이첼와이즈는 극의 흐름을 예측불가능한 방향으로 이끈다.
카메라는 변호인단과 배심원,방청객들이 각자의 이익에 따라 심리상태와 얼굴표정이 변화하는 모습을 번갈아 포착하면서 긴박감을 끌어올렸다.
16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