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체내 줄기세포를 약물로 손쉽게 채취한 뒤 이 줄기세포로 중증 심근경색 환자를 치료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중증 심근경색증 환자 치료에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 김효수 교수와 이명묵 교수 팀은 지난해 2월부터 기존 치료법으로는 심장근육 재생이 불가능한 중증 심근경색증 환자 26명에게 '백혈구 증식인자(G-CSF)'를 주사한 뒤 말초혈액에서 채집한 줄기세포를 환자의 관동맥에 투여한 결과 모든 환자의 상태가 호전됐다고 5일 밝혔다. G-CSF는 동아제약이 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만든 제품을 사용했다. G-CSF는 인체에서 소량 분비되는 백혈구 생성 촉진 단백질로 백혈병 빈혈 등이나 골수이식,화학요법 등의 치료에 의한 백혈구 부족시 투여된다. 김 교수팀은 또 채취한 줄기세포를 직접 심근에 주입하지 않고 관동맥에 넣음으로써 부정맥 출혈 심장천공 등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팀은 치료 6개월 후 심혈관 조영술 검사를 한 7명의 경우 심장수축 기능이 크게 좋아졌으며 괴사 심근 부위의 미세혈류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돼 조깅이나 수영이 가능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심장혈관계 최고 권위지인 '서큘레이션'지에 실렸으며 오는 3월 미국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도 발표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이번 치료법은 가슴 절개나 골수 채취 등 수술적 줄기세포 이식법의 단점을 크게 개선한 것으로 미국과 유럽에서도 이제 막 시험적 치료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작용과 효능에 대한 검증이 끝난 약물을 투여했기 때문에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줄기세포를 이식할 수 있다"며 "특히 국산 의약품의 효능을 확인한 것도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