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최대의 정보기술(IT) 집적단지 방갈로르에 있는 삼성전자 인도 소프트웨어연구소(SISO). 삼성전자가 SK텔레콤에 공급한 제3세대 이동통신 'IMT-2000(W-CDMA)'의 통신장비용 소프트웨어는 뜻밖에도 이 연구소에서 연구개발(R&D) 실무를 담당했다. 삼성전자가 SISO를 설립한 것은 지난 96년 2월. 윤종용 부회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은 95년 뉴델리 방갈로르 뭄바이 등 인도의 주요 IT 집적단지를 돌아본 뒤 방갈로르를 후보지로 선정, 다음해에 곧바로 연구소를 출범시켰다. 수원에 있는 IT센터(기획ㆍ총괄), 미국 댈러스 통신연구소(설계작업)에 이어 SISO(소프트웨어 개발 실무)를 설립함으로써 IT 분야의 '글로벌 3각 R&D 체제'를 구축한 것. 그만큼 인도의 IT기술 수준을 높게 평가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SISO는 IMT-2000 장비용 소프트웨어 개발의 실무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인도의 IT 수준을 입증해 보였다. SISO는 지난 98년부터 40여명의 인도 현지 인력을 투입해 이 소프트웨어 개발의 실무작업을 도맡았다. 김규출 SISO 소장은 "한국의 인력만으론 도저히 불가능 했을 것"이라며 "글로벌 협업모델의 성공작으로 평가할 만한 이번 사례는 '왜 인도 IT에 주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좋은 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ISO는 현재 5백명의 인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고용하고 있다. 2005년에는 현지 IT기업의 아웃소싱 인력까지 합쳐 모두 1천명으로 연구인력을 늘릴 계획이다. "값싼 양질의 IT인력이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연구인력 확보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으며 그게 바로 인도의 최대 자산이자 경쟁력"이라고 김 소장은 덧붙였다. 인도에선 매년 26만명 정도의 IT인력이 배출된다. 방갈로르 주변에 있는 5백여개 IT 관련 대학 및 교육기관은 IT인력의 주요 공급기지다. 그중에서도 1909년 방갈로르에서 개교한 인도과학원(IISc)과 '동양의 MIT'로 통하는 인도공과대학(IIT)이 최고의 IT인력 배출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도과학원에서만 한해 석사 3백50명과 박사 1백50명 등 5백명의 고급 인력이 쏟아져 나온다. 비크람 자야람 인도과학원 직업소개센터 소장은 "졸업생들을 붙잡기 위한 인도기업과 외국기업의 러브콜이 1년 내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과학부 학과장인 발라크리시난 교수는 "정보과학부에서 진행 중인 산학협동 프로젝트만 4백여건에 이른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살아있는 교육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인도 IT인력은 '양'뿐 아니라 '질'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인도 현지 IT기업인 L&T인포테크의 정해룡 부사장은 "인도 교육의 목표는 '업무분석(Task Analysis)'과 '문제해결(Problem Solving)'을 위한 능력을 길러주는 것인데 이것이 소프트웨어 개발 등 IT산업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고급 인력을 차지하기 위해 인도 남부의 하이테크 3대 도시인 방갈로르 하이드라바드 첸나이를 잇는 소위 'IT 골든 트라이앵글'에는 TI 루슨트테크놀로지 등 수많은 외국 기업들이 진을 치고 있다. 인도는 단순한 IT인력 배출대가 아니다. 그 자체로 세계의 소프트웨어 공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 IT기업 중에는 다국적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아웃소싱해 이미 세계 톱클래스 수준에 올라있는 회사가 수두룩하다.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인포시스와 위프로가 대표적이다. 방갈로르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인포시스는 '인도 IT의 성지'로까지 불리는 인도의 간판기업. 2003 회계연도엔 (2003년 4월∼2004년 3월) 매출이 1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직원들의 휴식을 위해 회사 안에 미니 골프장을 만들어 놓았을 정도로 직원복지도 잘 돼 있어 인도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회사다. 인도의 IT인력들은 자국기업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실리콘밸리로 가는 티켓'에 목을 매던 과거와 달리 굳이 자국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발라크리시난 교수는 "1980년대 초반에는 인도에서 전화를 개통하는데 2년, 자동차를 사려고 해도 1년 이상 걸렸지만 이런 생활환경이 크게 개선돼 지금은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인도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기업들이 인도로 몰려오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인포시스의 홍보담당 티나 조지는 "IBM 액센추어 등 외국기업들이 3배의 급여를 제시하며 인포시스의 우수인력을 스카우트해가고 있지만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포시스는 매년 4천∼5천명 정도를 채용하는데 응시인력은 자그마치 60만명에 이른다"며 "이게 바로 인도 IT의 힘"이라고 소개했다. 방갈로르=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