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북한산 백운대를 바라보며 일어나 집 앞 실개천을 산책하고 휴일엔 동네 공원에서 이웃들과 바비큐를 즐기는 마을.' 서울 은평 뉴타운(진관내·외동과 구파발동 일대 1백9만평) 사업이 완료되는 오는 2008년 이곳 주민들의 생활상을 서울시는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은평 뉴타운 대상지는 지난 30여년간 그린벨트로 묶여 개발이 더뎠던 곳. 가장 높고 화려한 건물이 4층짜리 신도 초등학교일 정도다. 폭 35m인 통일로변에서조차 눈에 띄는 고층 건물을 발견하기 힘들다. 진관 공인중개사 이경자 사장은 "계획대로 건설되면 강북의 명물 주거지로 변신할 것"이라며 "기대는 크지만 토지 강제수용을 통한 공영개발이라는 서울시 계획에 대해 주민 반대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기자촌 입구에 걸린 '원수 같은 그린벨트 풀고보니 빼앗겼네'란 플래카드는 이런 주민들의 심정을 보여줬다. 오는 6월 진관내동을 시작으로 2008년까지 개발되는 은평 뉴타운은 '리조트형 생태 전원도시'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북한산, 진관 근린공원, 서오릉, 갈현공원, 창릉천 등 주변 자연환경을 살려 강원도의 콘도 같은 분위기로 꾸미겠다는 구상이다. 실개천이 복원되고 자연형 습지공원도 갖춰지며 아파트단지 곳곳엔 쉼터도 마련된다. 서울시는 "녹지비율을 서울 목동의 18%, 분당의 19.3%, 일산의 22.5%보다 2배정도 높은 38%로 계획했다"고 밝혔다. 개성있는 아파트도 들어선다. 중정형, 탑상형, 테라스 하우스형, 연도형 등 외국에서나 볼 만한 아파트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담 △턱 △옹벽 △전신주 △간판 등이 없는 '5무(無) 도시'면서 △더불어 사는 자연환경 △이웃과 나눔이 있는 동네 △걷고 싶은 거리 △가보고 싶은 곳 △보기 좋은 경관이 있는 '5유(有) 도시'로 조성된다. 서울시는 은평 뉴타운에 중산층 부유층을 끌어들이고 자립형 사립고도 유치해 강남보다 나은 생활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가 40∼60평형대 대형 아파트 3천2백50가구를 건설키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 대형 아파트는 은평 뉴타운 내 전체 아파트 1만4천가구(임대 4천7백50가구, 일반분양 9천2백50가구)의 22.5%에 해당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산ㆍ부유층의 거주로 타운 내 생활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며 "이들과 저소득층이 어울리는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더불어 사는 도시'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교육열이 높은 중산ㆍ부유층이 함께 사는 만큼 뉴타운에 신설될 학교 10곳의 교육환경도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주민들이 타운 내에서 쇼핑 영화관람 등 다양한 문화생활 욕구를 해소할 수 있게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일대는 30층짜리 빌딩이 들어서는 상업ㆍ문화단지로 조성된다. 은평 뉴타운 개발로 지역 인구는 2만5천명에서 3만9천명으로 증가한다. 그러나 도심 연결도로는 지금도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통일로와 연서로밖에 없다. 통일로가 35m에서 40m로, 연서로는 25m에서 30m로 폭이 각각 확장되지만 차량소통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교통대책은 △통일로 통과차량 최소화와 △대중교통 활성화 등 두가지다. 경기도 고양시와 송추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차량들로 통일로 정체가 가중된다고 보고 우회도로를 2개 정도 뚫어 분산시키기로 했다. 또 구파발역에 대형 환승센터를 만들어 여기서부터는 대중교통을 이용토록 할 계획이다. 뉴타운 내 교통 수요는 대중교통으로 풀기로 했다. 구파발역과 연신내역(3호선과 6호선 환승역)으로 연결되는 셔틀버스 2개 노선을 만들어 지하철 이용을 높일 방침이다. 통일로와 연서로를 달리는 버스도 확충된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쇼핑과 영화관람을 위해 도심이나 일산으로 향하는 교통 수요를 구파발역 상업지구에서 흡수하는 한편 환경 관련 단체와 공공기관을 유치해 직장ㆍ주거 비율을 높일 계획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