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이 5일 정부 산하기관장의 향후 인사와 관련, "경질의 폭과 기준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줄잡아 5백개 안팎의 정부 유관기관(공기업과 산하기관 포함)이 대대적인 인사 회오리에 휘말렸다. 공기업 등에서는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이뤄졌던 정부 유관 기관장 교체가 그동안 미뤄져 왔던 만큼 이번에 대대적인 물갈이가 단행될 개연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정부 시절 민주당 몫으로 배정된 기관장들이 대거 열린우리당 인사로 대체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정 인사수석은 이와 관련, "형사적·법률적·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 뿐 아니라 업무 평가에서 '중간' 점수를 받은 경우도 교체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며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정당 활동자 등도 추천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기업과 산하기관장 가운데 지난해 임명된 20개 기관을 제외하곤 인사 대상"이라고 밝혀 DJ정부때 임명된 상당수 정부 유관 기관장들이 교체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13개 정부투자기관(공기업) 가운데 세 곳은 현재 사장이 공석중인 상태여서 굳이 이같은 방침이 아니더라도 새 경영자 선임이 불가피하다. 한국전력은 최근 강동석 사장이 건설교통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대한석탄공사는 유필우 사장이 총선출마를 위해 사임하면서, 농업기반공사는 배희준 사장이 5일 전격 사퇴하면서 각각 기관장이 없는 상태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외에 추가로 교체되는 공기업 사장이 있을지 여부다. 지난해 6월 기획예산처가 실시한 13개 정부투자기관(정부 지분 50%이상)에 대한 경영실적 평가에서 배 사장이 전격 사퇴한 농업기반공사가 7위를 차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아래 순위 공기업 사장들의 거취가 관심을 끌고 있다. 공교롭게도 경영평가 꼴찌(13위)였던 대한석탄공사의 유 사장도 자진 사직한 상태다. 노무현 정부 들어 류건 사장이 새로 선임된 한국관광공사(12위)를 제외하면 한국토지공사(8위)ㆍ한국석유공사(9위)ㆍ농수산물유통공사(10위)ㆍ한국조폐공사(11위) 등의 기관장은 모두 지난 정부때 선임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토지공사와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의 임기는 오는 10월, 석유공사와 조폐공사 사장은 내년 8월이다. 반면 한국수자원공사와 KOTRA는 예산처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1∼2위에 올랐지만 사장 임기가 각각 올 5월과 4월로 끝나는 만큼 유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마사회 에너지관리공단 등 굵직한 기관이 많은 4백19개 산하기관장(중앙인사위원회 분류) 인사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공기업 인사와 마찬가지로 잔여 임기보다는 업무능력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 인사수석은 "정부 산하 기관장 가운데 정부 권한이 위임돼 있거나 장관이 인사를 하는 곳에도 정부 평가결과를 참고자료로 보내 인사에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난 정부때 임명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인물들이 주로 교체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추측한 뒤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서 분리된 만큼 옛 민주당쪽 인사들이 지금의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유관기관 인사에는 오는 4월 총선 변수도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유필우 전 석탄공사 사장이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하기 위해 사직한데 이어 김진호 한국토지공사 사장 등의 총선 출마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공기업 등의 기관장 가운데 상당수가 전직 장성 및 고위 관료 출신이어서 여당은 물론 야당으로부터 출마 제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