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 파워] '이공계 출신 여성공무원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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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출신 여성공무원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여성에다 이공계 출신이라는 2가지 조건이 공직사회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경제신문사는 이공계 출신 여성사무관 다섯명을 과학기술부 회의실로 초청,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공무원으로 느끼고 있는 차별 가운데 여자로 인한 것이 20%,이공계로 인한 것이 80%"라고 입을 모았다.
공직사회에서 이공계 출신들이 여성보다도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로서는 2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공계가 빛을 볼 날이 올 것"이라면서 여성들의 공직사회 진출을 권하기도 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장인숙 과학기술부 우주항공기술과 사무관,류동희 과학기술부 원자력협력과 사무관,박필선 환경부 국제협력과 사무관,김효은 환경부 폐기물 자원과 사무관,임은정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과 사무관 등 5명이 참석했다.
발표 내용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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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직 진출 동기에 대해 얘기해 주세요.
△장인숙 과학기술부 우주항공기술과 사무관=이공계 출신들이 대부분 기업체나 연구소로 배출되고 있는 현실에서 사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공무원이 되면 보다 사회에 봉사할 수있다는 생각에서 기술고시를 지원했습니다.
처음에는 건설교통부로 가고 싶었으나 과학기술부에 배치돼 현재 우주항공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류동희 과학기술부 원자력협력과 사무관=대학시절 전공 적성이 맞지않아 한때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이때 찾게 된 것이 기술고시 였습니다.
하나의 탈출구였습니다.
지금은 원자력 분야에서 국제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박필선 환경부 해외협력담당관실 사무관=이공계 출신으로 대학시절부터 연구직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공무원이 됐습니다만 오히려 보다 많은 정보를 접하고 정책결정에 참여,연구직보다 국가 사회에 더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김호은 환경부 교통공해과 사무관=이공계 출신 여학생들이 고민하는게 취업의 방향입니다.
특히 기업체나 연구소로 취직할 때 불이익을 많이 받는게 현실입니다.
저도 그같은 고민을 하다 가장 편견이 없는 공직으로 목표를 잡았습니다.
이공계 출신 여학생들은 오히려 공직이 맞다고 봅니다.
△임은정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과 사무관=통계학을 전공했습니다만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사회복지 정책쪽으로 관심이 많아 사회복지 전공 사무관이 됐습니다.
업무를 하다 보니 통계학 전공이 의외로 많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사회=공무원으로 몸담고 있으면서 이공계 출신이라 한계를 느낀 적은 언제입니까.
△장인숙 사무관=건축학이 대학 전공이라 건설교통부에서 근무하고 싶었습니다.
기술고시에서 건축직으로 시험을 봤습니다만 건설교통부에선 건축직 인원 제한이 있었습니다.
건축직이 갈 곳은 뚜렷했습니다.
만약에 일반 행정직으로 임용됐더라면 이같은 제한이 없었을 것입니다.
고시제도에도 이공계 차별이 존재하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류동희 사무관=우주항공기술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만 직렬로는 건축사무관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주 건축과 우주항공의 관계를 묻습니다.
행정업무에는 별 관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직렬구분 때문에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저의 명함에 건축이라는 이름을 빼고 그냥 사무관으로 적어놨습니다.
△김호은 사무관=환경부에서 사무관 시절 지방에서 수습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공계 출신이 지방에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앙의 경우 직렬에 묶여 갈 수있는 직책이 너무 적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았습니다.
15년동안 지방의 정화사업소에 근무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이공계 공무원의 처우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었습니다.
△사회=정부는 이공계 출신들의 공직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기술직 임용비율을 늘리는 등의 대책을 지난해 내놓았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호은 사무관=일괄적인 목표치를 정해놓은 것에 대해 관료사회에서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물론 이공계 출신들을 우대하려면 기존 틀을 파격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환영합니다.
△임은정 사무관=정부에서 여성공무원 확대 방안을 내놓을 때에도 각 부처마다 비율을 설정,임용 확대를 꾀해 왔습니다.
이공계 확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기술직은 특정한 분야에서 근무하도록 돼 있어 이공계 출신들은 지식이나 기획 마인드 등을 활용해 실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행 초기에는 강압적으로 할당 비율을 설정하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유동희 사무관=기본적으로 고시제도 자체가 수정돼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고시체제로는 행정직 기술직 할 것 없이 일단 현장에 투입되면 모르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각 분야를 두루 섭렵하면서 사무관으로 승진하는 쪽으로 개선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박필선 사무관=이공계 공직진출 확대 방안을 처음 들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국제협력 사무관으로 특채됐습니다.
국제회의에 자주 참석하는데 외국 공무원들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한 분야를 줄곧 맡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의 경우 담당 직원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외국에서 많이 듣습니다.
△김호은 사무관=40∼50명이나 되는 기술직 합격자 가운데 중앙 부처에 배치받는 경우는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거의 청 단위나 지방사무소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직렬상 여러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회=여성으로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은 없나요.
△장인숙 사무관=이공계 출신 여성 선배한테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그 선배는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받는 차별 가운데 여자라서 받은 것은 20%에 불과하지만 이공계 출신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은 80%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이공계 출신들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김호은 사무관=물론 여성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가 출산입니다.
출산으로 휴직했을 때 업무의 영속성이나 효율성 면에서 떨어진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사회=이공계 출신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임은정 사무관=이공계 여성들은 일단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공계가 차별을 받는 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제에 부딪치고 이를 잘 풀어나가야 합니다.
용기를 내 먼저 나서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인정을 받게 될 것입니다.
△김호은 사무관=이공계 여학생들은 자신이 이공계 출신이고 여자라는데 자신을 한정시키지 말고 많은 분야를 두루 섭렵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고 나누는 협동작업이 필요합니다.
특히 저는 공직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봅니다.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사람들에게 공직을 권하고 싶습니다.
△박필선 사무관=저는 원래 꿈이 있었습니다.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한발 한발 내딛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그 꿈이 언젠가는 달성될 것으로 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류동희 사무관=이공계 여성들은 자신의 분야에만 매달리지 말고 필요한 분야를 3백60도 두루 봤으면 합니다.
△장인숙 사무관=저는 이공계 출신 여성들이 원래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강한 면을 충분히 살려 전공에 얽매이지 말고 대학때 보다 넓은 시각으로 생활했으면 합니다.
사회·정리=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