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의 이기봉 애널리스트(35)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한 이공계 출신이다. 그는 삼성증권에서 계량분석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받으면서 2001년부터 3년 연속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한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뽑히기도 했다. 그는 "전공을 통해 길렀던 논리적인 사고력이 리서치 업무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기봉 애널리스트와 같은 이공계 출신들이 증권사 은행의 애널리스트나 투자분석가로 맹활약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46명의 애널리스트 가운데 7명이 이공계 출신이다. 현대증권은 41명중 7명, 굿모닝신한증권은 40명중 7명, 동원증권은 49명중 4명이 이공계를 전공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공계 출신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전공관련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후 입사한 경우"라며 "수리적 감각과 기술에 관한 이해도 면에서 경제 관련학과 전공자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경제연구소의 김경찬 산업조사팀 수석연구원(32)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 박사 출신으로 현재 정보기술(IT) 분야 투자분석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인맥을 바탕으로 관련 업계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가 비교적 쉽다는게 이공계 출신의 장점"이라며 "최근 은행의 여신 및 투자관련 업무에 기술적 백그라운드를 가진 이공계 전공자들이 점차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거래분야에서도 물리 수학과 같은 기초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 투자 전문가들이 활약하고 있다. 물리학 석사 출신으로 전직 반도체 설계 전문가였던 팍스넷의 김철상 이사(필명 쥬라기)가 인터넷상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적인 애널리스트다. 이처럼 이공계 출신들이 애널리스트로 각광받고 있는 원인으로는 우선 수리 개념에 익숙하고 새로운 기술을 판단하는데 유리하다는 점이 꼽힌다. 특히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운용되는 시스템 펀드가 많아지면서 이공계 출신자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증권사들이 신입 애널리스트 및 상품 개발자 채용시 이공계 출신을 우대한다는 공고를 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게 됐다. 리서치와 리스크관리 분야 채용에도 이공계 출신들이 선호되고 있는 추세다. 반도체 바이오 정보기술(IT) 등 최근 주목받는 업종은 대부분이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인데다 기업의 가치 분석이나 주가 예측 등에도 수리 개념에 밝은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경영 및 경제 전공자를 우선적으로 뽑았던 과거와는 인력 채용의 형태가 크게 바뀌었다는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명 펀드매니저의 이름만으로 투자를 유치하던 시대는 갔다"며 "투자 시스템이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수학적 개념에 친숙한 이공계 출신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