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ots@maxmovie.com 1979년 경북 영덕의 겨울은 10월말부터 시작됐다. 당시는 돼지 파동으로 군 위문품에 돼지가 많았는데,장교들이 때아닌 돈육 요리를 즐기는 사이 병사들은 비계국을 먹고는 기름더껑이가 낀 식기를 찬물에 닦느라 손등이 갈라지는 등 여간 고생스럽지 않았다. 비좁은 내무반에서는 제대로 씻지 못한 병사들이 붙어 자는 통에 겨우내 피부병이 기승을 부렸다. 내무반 페치카와 상황실 난로에 쓰일 탄과 석유는 무슨 연유에선지 항상 부족했다. 입대 후 처음 맞은 그 해 겨울은 참으로 고달팠다. 그런데,사반세기가 흐르고 국민소득이 7배나 늘어난 지금도 병사들이 찬물로 전투복을 빨며 칼잠을 자고 있다고 한다. 이유인즉,국방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 한다. 중국 고대병법서 '육도삼략'은 군대가 다스려지느냐 망하느냐는 마음을 얻느냐(得人), 못 얻느냐(失人)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인(人)의 득실(得失)은 오로지 물자에 달린 것일까. 전국시대 한 병사가 술단지를 장수에게 바쳤다. 병사들이 침을 삼키며 지켜보는 순간 장수는 단지를 강물에 던지며 모두가 그 물을 마시게 했다. 어찌 술 한 단지로 강 전체가 술이 될 수 있으랴.하지만 강물을 마시는 병사들은 장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이른바 동류이음(同流而飮)의 교훈이다. 또다른 장수는 한 병사의 몸에 종기가 나자 친히 고름을 빨아주었다. 그 소식을 들은 병사의 어머니는 통곡했다. "남편도 그 장수의 부하였는데,장수가 종기를 빨아주자 몸을 돌보지 않고 싸우다가 전사했다.이제 그 자식마저 같은 일을 당할 것이 아닌가." 덕장 오기(吳起)의 일화다. 두 장수는 득인에 성공했다. 물자가 넘쳐서가 아니었다. 먼저 마음을 주었기에 가능했다. 두 군대가 백전백승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 군의 수뇌부가 병사들에게 마음을 주어왔다면,지금쯤 열악한 복무환경은 말끔히 개선되었을 것이다. 매년 국방비의 극히 일부밖에 투입할 수 없었더라도 무려 25년간이 아닌가. 기업 경쟁도 총성만 없을 뿐 전쟁과 다름없다. 따라서 조직이 모래알처럼 응집력을 잃어가고 우수 인력들이 하나 둘 빠져나갈 때 그저 월급 탓 재무상황 탓이라고만 여겨선 안된다. 기업주나 경영자가 자기 이익만을 챙기며 직원들의 어려움에는 마음을 닫고 있지는 않은지부터 살펴야 한다. 기업들도 득인해야 성공하고,실인하면 실패한다. 시장의 혹한기에는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