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들이 고객의 주민등록번호를 엉망으로 관리하고 있어 금융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에 개설돼 있는 계좌중 398만 계좌의 주민등록번호가 잘못된 사실이 밝혀져 해당 금융기관에 일괄 정리하도록 지시했다. ◆ 주민번호 오류 계좌 400만개 금감원이 행정자치부에 주민등록번호 오류 여부를 문의한 계좌는 3억7천399만개였으며 이중 1.1%인 398만개의 주민등록번호가 잘못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이 제기했던 60만건보다7배가량 많은 규모로 국내 금융기관의 허술한 고객 관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주민등록번호가 단순히 잘못 입력된 경우만 포함한 수치이다. 즉 1975년 이후 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주민등록번호 부여 시스템상 조합이 불가능한번호가 기재된 경우를 찾아낸 데 불과하다. 이는 주민등록번호가 시스템상 나올 수 있는 번호라면 주민등록번호와 계좌 명의인의 일치 여부 등은 따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무단으로 이용해 계좌를 개설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잘못된 주민등록번호가 금융거래에 이용되는 사례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아직 문제는 발견안돼" 398만개 계좌중 44.3%인 176만8천개는 주민등록번호가 바뀌었는데도 이를 고객이 금융기관에 알려주지 않아 변경 이전 주민번호가 그대도 사용되는 경우에 해당된다. 나머지 55.6%인 221만5천건은 금융기관 직원이 고객의 주민등록번호를 잘못 입력한 데서 발생한 것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바뀐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경우는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금융기관직원이 고객의 주민등록번호를 잘못 입력한 뒤 이를 수십년째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충격이다. 심지어 금융실명제 시행이후 금융기관 직원은 계좌 개설시 주민등록증 등을 확인해야 하지만 이런 절차도 없이 고객이 알려주는 번호를 그대로 입력하는 경우도비일비재해 주민등록번호 오류를 늘렸다. 금감원은 아직까지 별다른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금융소득에대한 과세가 누락되거나 엉뚱한 사람에게 과세됐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오류 재발 가능성은 `여전' 금감원은 각 금융회사에 2월 말까지 오류를 정비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특히 주민등록번호가 변경된 고객의 계좌에 대해서는 올 1월 말까지 고객에 대해 자율정정토록 안내하는 한편 자율정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각 금융회사가개별 점포단위로 일괄 정정토록 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오류는 정정될 수 있지만 앞으로도 비슷한 오류가 생길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금융기관 직원이 잘못 입력할 가능성은 항상 있으며 이러한 입력착오를 걸러 낼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금융기관 직원이 주민등록번호를 잘못 입력할 경우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행정자치부의 주민등록번호 전산망을 이용할 수 없는 현실에서 주민등록번호의 오류를 찾아내는 시스템이 가능할 지 의문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기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