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에서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면서 정치권 '물갈이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5선의 김종하(경남 창원갑,70)의원과 소장파 리더격인 오세훈(서울 강남을,43)의원은 6일 17대 총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진퇴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중진의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중진들 뿐만 아니라 소장파 의원도 불출마에 가세함으로써 '물갈이론'과 함께 지도부의 '개혁공천'의지에도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오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간 정치생활이 무지함,무력함,무모함으로 부끄러웠다"고 고백한 후 "정치가 바로 서려면 원내 1당인 한나라당이 바뀌어야 하며,그러기 위해선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고 중진용퇴를 압박했다. 그는 또 "조그마한 기득권이라도 버리는 데서 정치개혁이 시작된다는 것을 실행하는 것"이라며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김·오 의원을 포함해 당내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양정규(북제주군,71) 강삼재(경남 마산 회원구,52) 김찬우(경북 청송·영양·영덕,71) 김용환(충남 보령·서천,72) 박헌기(경북 영천,68) 윤영탁(대구 수성을,71) 주진우(경북 고령·성주,55) 한승수(강원 춘천,68) 의원 등 총 10명이다. 김동욱(경남 통영·고성,66) 의원도 "공천에 매달리지 않겠다"고 말해,사실상 불출마 의사를 나타냈다. 한나라당 출신의 무소속 박관용 국회의장도 지난 2002년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이밖에 부산출신의 Y의원,대구·경북의 K·H·J·S의원,수도권의 K의원 등 10여명이 거취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불출마 가세 의원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불출마 선언은 '용퇴론,물갈이론'이 탄력을 받아 가고 있는 상황에서 밀려서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스스로 퇴진,정치인생을 명예롭게 마감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과거와 달리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한다는 것도 이들에겐 무시못할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남권의 한 중진의원은 "경선에서 자칫 고향의 '새까만'후배와 맞붙어서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여 주지 않을까 우려돼 용퇴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하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유능한 후진에게 정치입문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물러난다.후배들을 키우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