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약달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정부의 환율방어선인 달러당 1백7엔선이 6일 일시에 붕괴되면서 1백6엔선까지 위협하는 등 달러가치의 하락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지금의 달러약세 기조는 지난 1985년 플라자합의 당시와 상황이 유사하며, 세계경제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플라자 합의 때와 비슷한 약달러 기조 HSBC은행의 환율분석가 데이비드 블룸은 "최근의 달러약세와 미 경제 및 증시회복 상황이 지난 플라자합의 때부터 1987년의 주가 대폭락사태 이전까지의 모습과 상당히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플라자합의 후 달러가치는 일거에 30% 평가절하되는 등 크게 떨어졌다. 당시 미국은 달러약세를 배경으로 경제가 급속히 회복되고 증시도 활황장세를 누렸다. 그러다 플라자합의 2년 후인 1987년 미국은 주가대폭락 사태인 '블랙먼데이'를 겪었다. 지금 미 경제와 증시도 그때처럼 달러가치가 지난 1년사이에 유로 및 엔화에 대해 각각 20% 및 10% 떨어진데 힘입어 강한 회복세를 타고 있다. 경상 및 재정수지의 '쌍둥이 적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당시와 비슷하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플라자합의 2년 후 발생한 블랙먼데이의 주요인이 달러약세에 따른 해외자본의 미국투자 감소였다"며 "달러약세가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달러약세가 지속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 주식과 채권 등 달러화 자산의 가치하락을 우려, 대미투자를 크게 축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제2의 블랙먼데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 달러가치는 더 떨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강세(달러약세)를 묵인하고 있고, 미 행정부도 수출확대를 위해 달러약세를 좀 더 용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달러가치의 하락 마지노선인 '유로당 1.30달러' 및 '달러당 1백엔'이 이달중 붕괴될 수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 원화강세(환율하락) 폭은 작은 편 원ㆍ달러 환율은 이날 5원 내린 1천1백87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1천2백원선을 기록한지 거래일 기준으로 6일 만에 13원 떨어졌다(원화가치는 상승). 이같은 현상은 무엇보다 엔화환율 하락세(달러 약세) 때문.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5,6일 이틀간 5천억원가량 순매수한 것도 환율하락을 부추긴 또 다른 요인이다. 여기에다 "달러 약세폭이 크지 않다"는 벤 버낸크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의 발언과 수출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폭 확대 등의 요인까지 더해졌다. 그러나 외환당국의 환율방어 의지가 여전히 강해 엔이나 유로 등 주요국 통화에 비해 원화환율의 하락폭은 작은 편이다. 때문에 원화와 엔화간 교환비율인 원ㆍ엔 재정환율은 여전히 1백엔당 1천1백2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외국계은행 딜러는 "달러 약세가 계속되면 원화환율도 하락압력을 받겠지만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으로 낙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엔화환율이 일본 당국의 개입으로 되오를 경우 원화환율이 급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정훈ㆍ안재석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