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조ㆍ조망권 침해와 관련해 법원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주공1차아파트 재건축조합에 1백47억원을 이웃 주민들에게 배상하라고 중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형 건설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법원의 중재 의견으로 그동안 민원성에 그쳤던 일조ㆍ조망권 침해 분쟁이 거액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수준의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이같은 소송이 집중될 것으로 보여 조합원들의 추가 부담이 늘어나고 공기 지연 등으로 인한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유사 소송 잇따를 전망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업계는 법원이 일조권뿐 아니라 조망권의 가치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건축법 등에는 이상이 없지만 헌법상 환경권과 관련한 피해를 법원에서 받아들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관련 법규를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실정법에 따라 주택을 지어도 일조ㆍ조망권 소송에 휘말릴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 법원의 의견 제시로 그 동안 단발성 민원에 그쳤던 조망권 관련 소송이 힘을 얻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나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일조ㆍ조망권 관련 민원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공론화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이같은 민원들은 적정선에서 타협을 보는 식으로 해결됐다"며 "앞으로 도미노성 소송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재건축 조합원 추가 부담 증가


일조·조망권 관련 소송은 사업승인 때보다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공사가 진행 중일 때에만 지역민들이 일조ㆍ조망권 침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조망권 피해가 인정된다고 결정할 경우 공사 중단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시행사 또는 시공사측은 장시간이 요구되는 소송보다는 배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 경우 고층 아파트 신축은 대부분 재건축을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이같은 결정이 내려질 경우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들은 추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많게는 수천만원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또 소송에 따른 공기 지연으로 인한 원가 상승도 불가피해진다.


때문에 앞으로는 재건축 아파트의 매력이 반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업 초기에 이같은 민원이 제기될 경우 분양가에 민원보상비가 얹혀져 투자가치는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 공사 지연에 따른 주택 공급 차질


일조ㆍ조망권 관련 소송이나 민원이 증가할 경우 공사가 파행을 겪고 공사기간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착공뿐 아니라 입주 시기도 불투명해져 주택 수급 자체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사업 초기부터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경우 주택 공급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박사는 "일조ㆍ조망권이 강화될 경우 민간 업체들의 자투리땅 개발이나 재건축 아파트 사업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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