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본이 일본 휴양지를 싹쓸이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골프장은 물론 콘도 호텔 등 이른바 '리조트 비즈니스'관련 부동산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10여년 전 일본 자본이 미국 플로리다주 스팀보트나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등 대형 리조트를 매입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미 일본 내 70개의 골프장을 소유한 최대 골프장 운영업자가 되어 있다. 39개의 골프장을 갖고 있는 텍사스 소재 투자펀드 론스타는 지금도 계속 '매입 중'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3~9월) 중 일본에 대한 미국의 투자액 17억달러 중 거의 대부분이 리조트 관련 투자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국 자본이 일본 리조트를 대거 매입하는 것은 일본이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리조트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향후 10년간 1천만명이 은퇴하게 되며,이들을 포함한 60대 이상 인구는 약 5천억달러 상당의 저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값싼 매물이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일본 중앙정부가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서 지방정부의 보증으로 건설한 골프코스나 리조트가 대거 매물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자본의 투자에 대한 일본인들의 시각도 좋아지고 있다. 관내 시가이아 리조트에 미국 자본을 유치한 미야자키현의 쇼이치 쿠만 상업 관광 국장은 "미국 자본이 부도난 일본 기업을 사서 재빨리 이익만 챙기고 파는 벌처 펀드라는 이미지가 있었으나 이제는 바뀌고 있다"며 "미국 자본은 부실기업들에 대한 중장기적인 구조조정을 시키는 등 사실상 일본경제를 구조조정시키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001년 가을 20억달러가량 투자된 것으로 알려진 시가이아 리조트(99홀짜리 골프장,객실 7백53개 규모의 4개 호텔 등)를 2억5천만달러에 인수한 미국 리플우드 투자펀드는 노동조합과 합의 하에 2천4백명에 달하는 종업원을 1천4백명으로 줄이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실시,내년부터는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육동인 기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