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철도교통의 대륙답게 프랑스(1981년 개통) 독일(1991년) 스페인(1992년) 등이 고속철도를 운행 중이고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국들도 기존 철도의 개량을 통해 철도 고속화시대를 연지 오래됐다. 유럽의 경험을 보면 오는 4월 고속철시대를 맞는 한국에도 어떤 생활상의 변화가 다가올지 가늠해 보는데 도움이 된다.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지는 "고속철도 덕분에 유럽의 펀드 매니저들은 도시에서 멀리떨어진 '꿈의 오두막'에서 일터가 있는 대도시의 초고층건물까지 매일 출퇴근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고속철이 가져온 도시인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그렸다. 뉴스위크지는 고속철시대와 인터넷시대가 맞물리면서 '일터는 도회에 두고 리조트같은 시골 집에서 사는 생활'이 앞당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e메일은 최고경영자들이 작은 농촌 마을에서 파리로 메모를 보낼 수 있도록 해준다. 프랑스에 별장을 구입하는 영국인 중에는 영국의 위성방송 수신기를 설치해 케이블 TV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도 있다. 프랑스 남부 로제르주 망드시 상공회의소의 피에르 파제는 고속철과 인터넷 혁명이 농촌과 도시 경제의 격차를 없애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의 추산에 따르면 정보기술 회사의 약 20%는 도시의 인프라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프랑스에서도 가장 인구밀도가 낮은 로제르같은 지역들에는 고무적인 통계수치다. 지난 8개월간 저렴한 임대료와 아름다운 농촌에 이끌려 4개의 하이테크 회사들이 파리에서 '녹색사막' 로제르로 이주했다. 온라인 회계회사 AGT의 최고경영자 리오넬 부두시에는 리용 근교에서 출생했으며 그곳에 머물고 싶었지만 직업을 찾아 고향을 떠났었다. 그는 파리의 금융계에서 7년간 일한 후 창업하기 위해 귀향했다. 이제는 유럽 전역의 고객 6백50명을 관리하는데 업무는 모두 인터넷으로 처리한다. 도시 외곽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는 소들이 보인다. 그는 고객회사들과의 회의가 있을 때만 고속철도(TGV)로 파리로 간다. 유럽에는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농촌에 새 골프장들이 들어섰고 인기가 없었던 지방대학들도 생기를 찾고 있는데 모두 고속철도 덕분이라고 현지인들은 진단한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