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농민단체 대표들에게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협조를 당부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이다. 국내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칠레 FTA마저 비준하지 못하면 다른 어떤 나라와도 FTA 체결이 힘들 것임은 너무도 자명하다. 이번 임시국회는 8일 폐회되지만 비준안 통과는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농촌 의원들이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는데다 도시 지역 의원들도 눈치만 살피며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엔 처리를 보류하고 2월 이후 재상정하자는 의견까지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비준안 처리를 또다시 연기하는 것은 절대 안될 말이다. 선거가 가까워질 수록 처리가 더욱 힘들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간 협상이 끝나고 1년 이상을 허송세월했는데 또 이렇게 질질 끌다간 올 상반기마저 넘겨 한·칠레 FTA 자체가 무산될 지도 모를 일이다. 비준 지연에 따른 피해는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 중남미 시장에서 자동차 휴대폰 등 한국상품의 시장점유율은 추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 칠레 대사와 한국상사협회장이 국회의원 전원에게 비준 촉구 서한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게 돌아가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쌀 사과 배가 빠진 한·칠레 FTA조차 비준하지 못하면 FTA를 넓혀갈 기반을 마련할 수 없고 그리되면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는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발효중인 것만 1백84개에 달할 정도로 FTA가 시대적 조류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계속 역외국으로 남아 높은 관세를 부담한다면 한국상품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농민단체들도 이제 무조건적 반대는 지양해야 한다.수출이 위축돼 나라경제가 어려워지면 피해가 온 국민에게 미친다. 농민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정부가 이미 강력한 농어민 보호대책을 약속했다는 점도 다시 한번 되새겼으면 한다.